中기업, 해외 인수합병(M&A) 광풍…30년전 일본 모습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중국의 현재 모습이 1980년대 일본에서 버블이 터지기 직전의 모습과 유사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논평했다.

WSJ은 중국 지도부는 이러한 비유에 반발하겠지만, 최근 한 가지 유사한 점에 그들도 아마 놀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이 30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중국도 2015년부터 각 나라의 랜드마크 빌딩을 앞다퉈 사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일종의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 양상 중 하나라는 것이 WSJ의 지적이다.

중국은 최근 기업들의 이러한 대규모 거래를 차단해 과열을 억제하려는 행보를 보였다.

그럼에도 WSJ은 1980년대 일본 기업들처럼 중국 기업들이 자산 인수에 과도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으며, 자산 관리에 전문 지식도 부족하다고 우려했다.

실제 작년 다롄완다 그룹은 미국의 할리우드 영화제작업체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를 35억 달러에 인수했지만, 이후 제작된 영화는 대부분 실패했다.

WSJ은 완다의 이 같은 행보는 1989년 일본 전자업체 소니가 콜롬비아 픽처스를 34억 달러에사들인 재앙적 사건을 상기시킨다고 말했다. 소니는 인수 때 조달한 빚의 대부분을 1990년대 들어 탕감했다.

중국 보험업체 안방보험그룹이 맨해튼에 주요 부동산을 인수한 경우도 일본 미쓰비시 부동산이 록펠러 플라자의 지분 80%를 14억 달러를 주고 사들인 사건을 상기시킨다.

5년 뒤 미쓰비시는 디폴트를 면하기 위해 채권단에게 지분을 넘겨줬으며 결국 해당 거래로 6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당시 일본처럼 지금의 중국도 통화 완화 정책을 단행 중이며 외환시장에서는 약달러 추세가 시작됐다는 점에 WSJ은 주목했다.

일본이나 중국 모두 자국 통화가 달러화에 대해 너무 크게 절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업들에 해외 자산 인수를 독려해야 했던 셈이다.

다만 이러한 단순 비교가 정확한 것은 아니라고 WSJ은 말했다.

중국의 역외 투자 붐은 추세상 상대적으로 늦게 시작됐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들의 무분별한 해외 자산 인수는 2015년, 위안화 가치가 정점에 이른 시점에 시작됐다.

또 중국 기업들은 달러 자산을 축적함으로써 고평가된 위안화에 대한 익스포저를 줄이기 위해 나름 합리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는 게 WSJ의 판단이다.

WSJ은 그렇다고 중국 상황을 낙관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말했다.

자본유출 자체만으로도 이는 중국에 위험 요인이며, 5대 기업에 대한 중국의 자본유출 단속은 위안화의 가파른 절하를 막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WSJ은 중국 정부가 과거의 에피소드를 통해 올바른 교훈을 얻게 된다면 일본식의 "잃어버린 10년"은 피할 수 있겠지만, 기업들의 해외 거래를 막는다고 위험이 끝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기업들의 인수합병 붐은 그 나라의 경제 펀더멘털이 좋지 않다는 징후이기 때문이다.

WSJ은 기업들이 과도한 위험을 감수하려 하는 것은 정부 정책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며 중국이 일본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을 수는 있으나 끝은 같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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