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4차 산업혁명으로 성장 및 혁신 기업이 늘어나는 데에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사적자본시장(Private market)에 더 관심을 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장범식 숭실대학교 교수는 8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불스홀에서 열린 'K-OTC PRO 출범기념식 및 국제세미나'에 참석해 이같이 주장했다.

이 자리는 금융투자협회의 기관투자자 전용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인 K-OTC 프로 개장을 한 달 앞둔 설명회로 마련됐다.

장 교수는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빠른 성장에 따라 대체투자를 늘려야 한다"며 "연기금 등이 비상장기업에 대한 투자가 실효적으로 가능하도록 내부 투자규정 등을 개선하고,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이들 자금은 저금리 시대에 높은 수익을 안정적으로 내야 하기 때문에 혁신ㆍ성장 기업이 주로 사용하는 사적자본시장에서 투자를 집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사적자본시장은 비상장기업이 기관투자자, 개인 등과 직접 지분을 거래하는 시장으로 현재 K-OTC를 비롯해 사설 브로커 등으로 거래가 진행된다.

시장에 대부분 성장 기업, 혁신 기업의 지분이 거래되기 때문에 이들 기업이 상장하기 전 미리 지분을 취득하고 수년 후에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4차 산업혁명으로 혁신 기업이 증가함에 따라 사적자본시장의 활용도도 높아질 것이라는 게 장 교수의 전망이다.

장 교수는 "미국의 경우에도 사적자본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혁신기업은 오히려 상장 시장을 비싸고 위험한 시장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점점 많은 혁신 기업이 주주들의 간섭이 심하고, 규제가 많은 상장 시장을 회피하고 사적자본시장을 이용하는 비공개기업으로 남고 있다"며 "이 같은 비공개기업, 즉 사적 기업이 늘어나면서 기업과 투자자들도 사적자본시장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어 실제로 2000년 이후부터는 사적 시장이 상장 시장보다 지속해서 투자 성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적자본시장이 거의 발달하지 않은 상태다.

금투협의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인 K-OTC의 경우 2015년 5월에도 222억원 수준으로 거래된 가운데 올해 들어서는 한 번도 170억원 이상 거래된 적이 없다. 시장 규모가 전혀 커지고 있지 않은 셈이다. 상장 종목도 연초 140개에서 이달 기준 121개로 오히려 줄었다.

장 교수는 "금융투자회사들은 수수료 중심의 브로커리지 업무에서 벗어나, 위험인수자로서의 비상장주식(Pre-IPO)투자, 크로스보더 딜, 혁신 기업에 대한 투자 등 금융서비스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조언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우리나라 사적자본시장은 아직 미개척 황무지 수준이지만 백지상태인 만큼 지금부터 잘 그려나갈 필요성이 있다"며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K-OTC PRO를 통해 성장성이 높은 국내 혁신·스타트업 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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