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내만으로는 좁다. 몇 년 전부터 투자처를 찾아 해외로 뻗어 나가던 금융투자업계가 이제는 안에서부터 글로벌화를 꾀하고 있다.

금투업계는 유독 외국에서 공부하거나 근무한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지만, 아직 글로벌 금융사에 비해 조직문화나 체계 등에서 미흡한 부분들이 있다.

하지만 최근 외국계 출신 임원들이 국내 금융사로 온 뒤 글로벌 기준에 맞춰 조직을 바꾸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TB자산운용은 임원들의 임기를 정하고, 직급을 조정하는 등 인사체계를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간 KTB자산운용은 임원들의 임기를 따로 정하지 않고 매년 계약을 갱신하는 형태로 운영해왔다. 연봉 계약직이지만 임기가 없다는 점 때문에 사실상 정규직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최근 이런 '철밥통' 이미지를 깨고 임원의 임기를 정하는 등의 작업을 추진 중이다. 이는 KTB금융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과 인사정책, 복리 후생 수준 등을 맞추는 작업의 일환으로써 진행되고 있다.

특히 김태우 KTB자산운용 대표가 외국계 운용사에서 오래 일한 경험 등도 이 작업을 추진하는 데 보탬이 된다고 한 측근은 귀띔했다.

김 대표는 피델리티자산운용 출신으로, 지난 2006~2015년 피델리티자산운용 한국 주식투자부문 대표를 지낸 바 있다.

KTB자산운용 관계자는 "KTB금융그룹은 KTB투자증권 등 6개 계열사가 있는데, 계열사마다 인사정책이나 복리 후생 등에 자율권이 많았다. 이 때문에 최근 이를 통일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며, 큰 틀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맞추면서 계열사 간 통일성을 추구하는 쪽으로 바꾸려고 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 밖에 김 대표는 취임 후 지난해 외국계에서 인사관리(HR) 매니저를 새로 영입하기도 했다. 기존 KTB자산운용은 인사와 총무 등을 같이 담당하고 있었지만, 인사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 인재를 영입해왔다.

KB증권 리서치센터도 JP모건 출신의 서영호 센터장이 오면서 문화가 바뀌었다. 컴플라이언스가 강화됐고, 리포트 심의위원회와 내부검수팀 등을 만들었다.

리서치 리포트의 목표주가와 실제 주가 간 괴리율이 30% 이상이면 해당 애널리스트에게 이메일 통보가 가도록 내부적인 시스템도 마련했다.

이는 금융당국이 발표한 '리서치 관행 개선방안'과도 맥을 같이 한다.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지만, 외국계 금융사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던 조치들이라고 KB증권 관계자는 설명했다.

외국계에서 국내 금융사로 이직한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외국계에서는 주로 이메일에 참조(CC)를 넣어서 관련자들에게 보내는데 국내 회사에서는 대면하고 회의를 하는 게 일반화돼 있는 등 크고 작은 문화 차이들이 있다"며 "어떤 것이 더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국내 금융사도 글로벌 금융사로 도약하려면 조직문화를 글로벌 기준에 맞춰 바꾸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산업증권부 김지연 기자)

j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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