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달러화 약세 현상이 전 세계 중앙은행의 골칫거리로 떠올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미국시간) 보도했다.

달러화 하락이 물가에 하방 압력을 가해 긴축으로 선회하려는 중앙은행들의 계획에 차질을 빚게 하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달러지수는 이날 0.2% 떨어져 1년여 만의 최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물가 상승세 둔화에 대해 경계하는 입장을 내비친 영향을 받았다.

전날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기준금리인 연방기금(FF) 금리를 1.00~1.25%로 동결하고 물가가 2%를 밑돌고 있다며 '약간(somewhat)'이란 문구를 삭제해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인식을 성명에 반영했다.

신문은 지난해 미국 대선 이후 가파르게 상승했던 달러화 가치가 올해 들어 내리막을 걷고 있다며 유로화와 호주 달러화는 11%씩 치솟고 파운드화와 엔화는 각각 6.4%와 5.2% 뛰었다고 전했다.

이날 호주 달러화가 2015년 5월 이후 최고 수준인 0.8020달러를 기록한 가운데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PBOC)은 위안화 기준환율을 작년 10월 18일 이후 최고 수준인 6.7307달러로 고시했다.

신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대한 낙관론 후퇴와 연준에 대한 우려가 달러화를 곤두박질치게 했다며 연준이 올해 금리를 한 번 더 인상할 확률이 50%를 밑도는 것으로 추산됐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저물가와 사투를 벌여온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이 약달러를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며 수입 물가 하락으로 물가 상승률이 낮아지고 무역에서 불리해지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강조했다.

핌코의 요아킴 펠스 글로벌 경제 자문은 전 세계적으로 물가 상승률이 낮은 점을 고려하면 엔화와 유로화 상승은 반가운 소식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도 지난주 기자 회견에서 환율에 대해 재평가했다면서 유로존의 경제 회복세가 탄력을 받았으나 물가 상승세는 약하다고 말했다.

신문은 ECB가 당분간 부양책을 이어갈 것임을 시사한 것이라며 유로화 강세는 물가를 짓눌러 긴축을 위한 셈법을 한층 더 어렵게 만든다고 진단했다.

일부 전문가는 통화 가치 상승을 두고 글로벌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증거라며 긴축 전환을 주저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씨티그룹의 토드 엘머 주요 10개국 외환 전략 헤드는 "세계 각국 중앙은행은 물가 하락 압력이 일시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신문은 일부 선진국 통화뿐만 아니라 고수익을 노린 자금이 주식과 채권 시장으로 몰려든 영향으로 올해 신흥국 통화도 급등했다며 아시아 중앙은행들은 성장세가 탄탄한 데 힘입어 자국 통화 강세를 용인할 여력이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올해 원화는 달러화에 8% 이상 뛰었고 인도 루피화와 브라질 헤알화는 각각 6%와 3.7% 상승했다.

ywshi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