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4조5천억달러에 이르는 자산을 줄이기 시작하면 신흥시장은 내년부터 미국 기준금리가 3번 인상된 것과 맞먹는 자금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국제금융협회(IIF)가 27일(이하 현지시각) 분석했다.

연준은 지난 2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비교적 이른 시일 내에" 자산축소에 돌입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시장은 연준이 행동에 나서는 시점을 오는 9월로 예상한다.

IIF는 연준이 당분간 만기를 맞는 채권 중 일부를 재투자한다는 전제 아래 9월부터 자산이 축소되기 시작하면 내년에는 2천억달러가 연준의 자산 총액에서 없어질 것으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연준이 보유한 미국 국채는 650억달러어치가 축소될 것이며 이는 신흥시장에서 65억~70억달러의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는 것과 맞먹는 효과라고 IIF는 분석했다.

IIF의 손자 깁스 선임 디렉터는 신흥국 주식 및 채권 시장에서 70억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25bp 올리는 것에 버금가는 충격이 될 것"이라며 내년에 연준이 2천억달러의 자산을 줄인다면 결국 신흥시장으로선 미국 금리가 3차례 인상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타격을 입게 된다고 전망했다.

IIF는 또 연준의 자산축소로 신흥국 주식 및 채권 시장에서 최대 250억달러의 자금이 유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IIF에 따르면 지난해 신흥시장 포트폴리오로 약 1천750억달러의 투자자금이 유입됐다. 연준의 자산매입이 정점에 이르렀던 지난 2011~2013년 사이에는 유입 규모가 연간 3천억달러에 이르기도 했다.

이를 고려하면 신흥시장에서 내년에 250억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갈 경우 최근 몇 년간 신흥국으로 흘러들어 간 평균 해외자금의 약 10%가 줄어드는 셈이 된다. 결국, 연준이 자산축소에 나서면 신흥국 금융시장이 요동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IIF는 이 같은 분석은 산술적이며 실제 신흥시장에서 유출되는 자금규모는 이보다 작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IIF는 올해 전 세계적으로 자금조달 비용과 달러화 가치가 낮아지면서 신흥시장이 경제성장과 상품가격 회복이라는 혜택을 누렸다며 이 같은 성장세 때문에 연준이 계획대로 자산을 줄이거나 규모를 확대하더라도 신흥국이 꼭 그만큼 타격을 입지는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깁스 디렉터는 "우리는 내년에 (신흥시장 투자금이 10%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지는 않는다"며 "신흥시장을 지탱하는 다른 요소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IIF는 유럽, 미국, 일본 등의 주요 민간은행이 신흥시장 채무에 대해 은행 간 협조를 촉진하고자 설립한 금융기관 연합체로 국제 금융시장의 자금흐름을 분석할 때 가장 권위 있는 기관 중 하나로 여겨진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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