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정지서 기자 = 국민연금공단이 주거래은행 선정 작업에 착수했다.

600조원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을 잡으려는 시중은행들의 경쟁도 본격화했다.

국민연금은 일본 공적연금펀드(GPIF)와 노르웨이 국부펀드(GPF)에 이어 자산규모 세계 3위다.

5년 뒤 자산규모가 1천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민연금을 잡으려는 시중은행 간 혈투는 어느 때보다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 주거래은행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내고 지난 27일 사업 설명회를 가졌다.

국민연금의 주거래은행이 되면 자금결제 등 입출금 업무는 물론 국고납ㆍ채권 매매 결제 업무와 법인카드 관리, 외환관리, 보험료 수납, 급여 지급계좌 설치 등의 일을 맡는다.

이번 입찰에서 '승리'하는 은행은 내년 3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주거래은행을 맡게 된다.

기본 계약 3년 이후 연간 평가에 따라 1년씩 최대 두 번까지 연장할 수 있는 만큼 사실상 2023년 3월까지 5년간의 사업권을 가져간다.

국민연금은 9월 13일(오후 4시)까지 제안서를 받고, 같은 달 22일 제안서 프레젠테이션을 실시한다.

총 100점 배점으로 고득점을 받은 은행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예정이다.

평가 항목은 업무수행능력(38점)과 정보화사업(32점), 재무안정성(10점), 예치금 적용 수수료율(10점) 등이다. 내부통제 및 컴플라이언스(5점)와 공동발전을 위한 협력방안(5점)도 평가 대상이다.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에서 최근 3년 간 주거래은행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거나, 향후 주거래은행으로 선정된 이후 전담조직을 꾸리고 인력을 배치할 지에 대해 비중을 크게 뒀다.

또 주거래은행으로서 시스템을 구축하고 유지 보수를 전담할 인력과 조직을 꾸리는 동시에 리스크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도 주된 평가 항목이다.

작년말까지 최근 3년간의 평균 BIS(국제결제은행)비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NPL), 총자산수익률(ROA),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등 건전성 지표와 신용등급도 평가 대상이다.

BIS비율은 12% 이상, NPL은 1.5%, ROA는 0.24%, LCR은 100% 이상이어야 만점을 받을 수 있다.

신용등급은 국내에서 'AAA' 등급, 3대 글로벌 신용평가사로부터 'A3'(무디스), 'A-'(S&Pㆍ피치) 등급를 받아야 최고점을 준다.

일일 예치금에 적용하는 수수료율은 최소 0.12% 이상을 제시해야 한다.

국민연금이 공개 입찰을 통해 주거래은행을 선정한 것은 지난 2007년부터다. 지난 10년간 국민연금의 주거래은행은 신한은행이었다.

KB국민ㆍKEB하나ㆍ우리은행은 물론 IBK기업ㆍNH농협은행 등도 주거래은행으로 선정되기 위한 의지가 매우 강하다.

특히 국민연금이 전북 전주로 이전한 것을 계기로 지방은행인 전북은행이 '연고권'을 내세워 강하게 도전하고 있다.

이러한 관심을 반영하면서 지난 27일 전주에서 열린 사업설명회에는 100여명의 은행원들이 대거 몰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설명회에 참석한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방에서 열리는 행사라 참석자가 적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한 은행에서 10명 안팎의 인원이 참석하는 등 분위기가 뜨거웠다"며 "올해 가장 큰 사업권인 만큼 대부분 은행들이 오래전부터 준비해 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입찰 참여를 준비 중인 은행들은 국민연금이 요구한 전산 시스템 구축ㆍ유지 및 전담 인력 배치, 기금 운영의 목표 설정에 주력하고 있다.

BIS비율 등 재무안정성이나 신용등급은 큰 차이가 없고, 예치금 수수료율은 대부분의 은행이 0.13~0.15% 범위의 비슷한 수준을 제시할 것으로 보여서다.

결국, 전산 구축과 인력 등에 얼마만큼의 재원을 쏟을 수 있느냐가 당락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국민연금의 자료 열람 기간을 이용해 충분히 사업성을 검토하고 나서 전산 시스템이나 인력 교육에 필요한 최종 투자 규모 등을 결정할 것"이라며 "운용자산 600조 원을 넘어선 국민연금이 향후 5년 내 자산규모가 1천조 원까지 늘어나는 것을 생각하면 쉽게 양보할 수 없는 싸움"이라고 말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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