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최근 이랜드리테일, 현대삼호중공업 등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 IPO)를 유치하는 업체가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회사가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당장 기업공개(IPO) 성공을 장담할 수 없을 때 프리 IPO를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프리 IPO 계약을 체결할 때 향후 IPO가 성사되지 못하면 투자자 지분을 되사겠다는 조건을 다는 경우도 많아 투자부담이 적은 점도 프리 IPO의 매력으로 꼽힌다.

◇ 프리 IPO 나서는 기업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랜드그룹은 지난달 이랜드리테일 지분 69%를 국내 사모펀드(PEF)인 큐리어스파트너스 컨소시엄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매각 규모는 6천억원이다.

이번 계약은 프리 IPO 방식으로 진행됐다. 프리 IPO는 기업이 향후 몇 년 내에 상장하겠다고 약속하고 일정 지분을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자금유치 방식이다.

현대삼호중공업도 같은 달 국내 PEF인 IMM 프라이빗에쿼티(PE)로부터 4천억원 규모의 상장 전 지분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현대삼호중공업은 당초 3천억원 규모로 진행하려고 했으나 투자 문의가 쇄도해 4천억원으로 증액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현대삼호중공업은 전환우선주 714만주를 신주로 발행하고 IMM PE가 이를 주당 5만6천원에 인수한다. 현대삼호중공업의 2대 주주가 되는 IMM PE는 향후 IPO를 통해 투자 자금을 회수할 계획이다.

LS그룹도 지난 27일 미국계 PEF인 KKR과 프리 IPO 성격의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KKR은 LS엠트론의 동박 사업부문을 인수한다. LS오토모티브의 자동차부품 사업부문은 LS엠트론과 KKR이 설립할 조인트벤처(JV)가 인수한다. JV 지분 비율은 LS엠트론 53%, KKR 47%다. 이번 거래 규모는 1조500억원 수준이다.

정혁진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LS오토모티브 JV의 IPO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으면 LS그룹은 투자자에게 투자 자금을 상환해야 하는 부담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일단 프리 IPO 추진…투자자 부담도 적은 편

이처럼 프리 IPO가 줄을 잇고 있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회사가 IPO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울 때 프리 IPO를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기업이 수요예측과 공모청약 과정에서 투자자를 충분히 모으지 못할 것으로 판단할 때 프리 IPO를 하는 사례가 많다"며 "IPO를 시도했다가 실패하면 'IPO 실패 기업'이라는 오명이 남게 되는데, 이는 기업에 부담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이랜드리테일은 IPO에서 프리 IPO로 방향을 튼 사례다. 지난해 12월 28일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던 이랜드리테일은 지난 4월 5일 심사를 철회했다. 이랜드리테일이 지분 85.3%를 보유하고 있는 이랜드파크에서 '임금체불 이슈'가 불거지면서 상장 절차가 지연됐기 때문이다.

LS오토모티브도 지난 3월 17일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가 지난 6일 심사를 철회하고 KKR과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프리 IPO를 하는 업체와 투자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점도 프리 IPO가 잇따르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 증권사의 IPO 관계자는 "프리 IPO 계약을 체결할 때 향후 몇 년 내에 상장하지 못하면 회사가 투자자의 지분을 되사겠다는 조건을 붙이는 경우가 많다"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 부담이 적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선 수요예측과 공모청약 등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ygkim@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