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정지서 기자 = 인터넷 전문은행 한국카카오뱅크가 출범 5일 만에 가입자 100만 명을 넘어서는 등 금융권 '태풍의 눈'으로 부상했다.

시중 은행장들은 카카오뱅크가 단순한 메기 효과를 넘어 이제는 생존 문제를 고민해야 할 '쇼크'로 받아들이고 대응 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 신규 계좌 개설 수는 전일 오후 1시 기준으로 100만 좌를 넘어섰으며 여신 3천230억 원, 수신 3천440억 원을 기록했다. 앱 다운로드 수는 178만 건에 달한다.

영업 시작 초반에는 시간당 평균 2만 명 이상이 유입됐고, 이후 현재까지 매시간 평균 1만 명의 고객이 카카오뱅크 고객이 되고 있다.

시중 은행장들은 카카오뱅크의 초반 흥행을 예상하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 몰랐다는 반응이다.A 은행장은 "매일 카카오뱅크 실적과 관련한 보고를 받고 있는데 생각했던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 깜짝깜짝 놀라고 있다"며 "카카오뱅크의 대중성을 다시 한 번 실감하면서 기존 은행들의 모바일뱅킹의 틀을 흔들 수 있을 정도의 파워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직원들도 카카오뱅크에 많이 가입하고 마이너스통장 대출 이용자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례가 없는 은행이라는 점이 더 두렵고 불안하게 만드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은행장들은 카카오뱅크의 파격적인 서비스로 기존 은행의 수익 기반이 붕괴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토로했다.

B 은행장은 "카카오뱅크 서비스가 워낙 쉽고 빠른 데다 금리 경쟁력까지 갖추다 보니 고객들로부터 '왜 이 은행은 카카오뱅크처럼 못하냐'라는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카카오뱅크 돌풍이 올 하반기 내내 이어진다면 수수료나 예대마진 등 수익 구조를 지켜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면서 "기존의 영업방식에서 벗어나 수수료 인하 등 다양한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귀띔했다.

다만 수익 구조가 약하고 리스크 관리가 어려워 장기적인 성장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카카오뱅크 때문에 비대면 거래로 전격 전환하는 분위기는 아니라는 얘기다.

C 은행장은 "모바일 메신저 기반의 인터넷은행과 출발선이 다르므로 단순히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결국 얼마나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느냐의 문제냐인데 이 측면에서는 우리만의 특수성 있는 비즈니스로 승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D 은행장도 "대출은 금리를 낮게 하면 무조건 잘 나가지만 은행은 돈을 빌려주는 순간부터 돌려받을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인터넷은행의 수익 구조가 얼마나 오래갈지, 또 현재의 신용평가 체계로 연체율 관리 등을 어떻게 감당해낼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는 "은산분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머지않아 카카오뱅크도 케이뱅크처럼 자본 문제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1~2년이면 판가름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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