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정부가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세법을 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일감 몰아주기를 근절하겠다고 밝혀온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장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이번 세법 개정안에서 중견·중소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강화하는 부분이 부족해 '반쪽짜리 개정안'이라고 지적했다.

중견·중소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도 부당한 부의 축적과 편법적 경영승계로 이어지는 만큼 과세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 일감 몰아주기 과세 강화…공정위 입장과 맞닿아 있어

2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7년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 1월 1일부터 일감 몰아주기 과세가 강화된다. 정부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등을 근거로 일감 몰아주기로 이익을 얻은 수혜법인의 지배주주에게 증여세를 과세하고 있다.

기업집단 내에서 A 계열사(수혜법인) 매출액에서 B 계열사(특수관계법인)와의 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정상 거래비율을 초과하면 과세 대상이 된다. 정상 거래비율은 대기업은 30%, 중견기업은 40%, 중소기업은 50%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세법 개정안에서 과세 대상을 확대한다. 대기업의 경우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비율이 20%를 초과하고 특수관계법인과의 매출액이 1천억원을 초과할 때도 과세 대상이 된다.

또 공시 대상 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 간의 교차·삼각거래에 대해서도 해당 매출액을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비율에 포함해 계산한다.

이 같은 세법 개정안은 일감 몰아주기를 근절하겠다고 밝혀온 공정위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취임 이전부터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의지를 밝혔다.

김상조 위원장은 인사청문회에서 "일감 몰아주기는 부당한 부의 축적과 편법적 경영승계로 이어진다"며 "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사업영역을 침범해 기업의 성장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양극화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김상조 위원장은 지난 6월 1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지난 3월 45개 대기업 집단의 내부거래 실태를 점검하고 현재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 중"이라며 말했다.

실제 공정위는 최근 하림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 지원행위가 의심되는 정황을 포착하고 직권조사에 들어갔다. 공정위는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2012년 아들 김준영씨에게 비상장 계열사 올품 지분을 물려주는 과정에서 일감 몰아주기와 편법 증여가 있었는지를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중견·중소기업의 일감몰아주기 과세 기준도 강화해야

하지만 이번 세법 개정안에서 중견·중소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강화하는 부분이 부족해 '반쪽짜리 개정안'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총희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연구위원은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는 '나쁜 것'이고 중견·중소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는 '착한 것'이 아니다"며 "중견·중소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를 근절할 수 있도록 정상 거래비율을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오뚜기를 예를 들며 "착한 기업 이미지가 커졌으나, 실제로는 일감 몰아주기가 심한 곳"이라며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 중견·중소기업을 규제하는 강도가 낮기 때문에 이런 기업들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실제 지난해 오뚜기라면의 매출액 5천913억원 중 내부거래로 발생한 매출액은 5천892억원이다. 오뚜기라면 전체 매출의 99.64%가 내부거래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오뚜기라면의 최대주주는 함영준 오뚜기 회장(지분율 35.63%)이다. 이 때문에 오뚜기가 오너 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중견·중소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도 부당한 부의 축적과 편법적 경영승계로 이어지는 만큼 과세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견·중소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를 제대로 규제하지 않으면 하림그룹 같은 곳이 나올 우려도 있다"며 "규제를 받지 않는 중견기업일 때 일감 몰아주기를 하다가 올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서 문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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