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변명섭 기자 = 정부가 법인세 최고 과표구간을 새로 만들고 세율을 25%로 적용하기로 함에 따라 대기업을 중심으로 세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향후 법인세를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 기업들은 사업별 투자 여력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현시점에서 법인세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아울러 정부로서는 법인세 명목 세율을 올리기로 한 만큼 실효세율 측면에서 법인세 인상 효과를 거둬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됐다.

◇ 최고 과표구간 인상…연간 2조6천억원 더 걷힐 듯

정부는 2일 '2017년 세법개정안'을 통해 법인세 과표 2천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인상하기로 했다.

현재 법인세율은 과표구간별로 2억원 이하 10%, 2억∼200억 20%, 200억원 초과 등으로 사실상 총 3구간으로 나눠 적용됐다.

개정안에서는 과표구간에 2천억 초과를 신설해 세율을 기존 최고 22%보다 3%포인트 높은 25%를 적용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현행 과표 5천억원인 법인의 세부담은 현행 1천96억원에서 90억원이 늘어난 1천286억원이 된다.

법인세 인상으로 이른바 10대 기업에 대한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17 경제재정수첩'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법인세 납부액은 각각 3조2천167억원과 1조4천24억원으로 전체 법인세(45조295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2%에 달했다.

상위 10대 기업으로 기준을 넓혀보면 법인세는 전년보다 15.5% 증가한 10조5천758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러한 세수 증대 효과에 반대되는 연구결과도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그리스는 2013년부터 법인세율을 20%에서 26%로 인상했지만 2014년 총세수가 2012년보다 4.2% 감소했다. 아일랜드 역시 12.5%의 법인세율 유지한 결과 외국인 투자 유치 등으로 세수가 14.9% 증가했다.

◇ 법인세 인상에 따른 갑론을박

법인세 인상이 전체적인 세수 증대 효과를 일으켜 정부 재정을 탄탄하게 할 수 있지만, 반대로 기업들의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의견이 상존한다.

특히 대기업에 대한 비과세·감면 축소라는 정부 정책이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법인세의 명목 인상분만큼의 실효성을 거둘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그동안 정부는 명목세율을 높이지 않고 비과세 감면 축소라는 일관된 정책을 펴왔는데 이를 계승하는 게 중요해 보인다"며 "지금 시점에서 법인세의 명목세율을 높이는 방향은 맞지만, 비과세·감면 축소도 병행해야 실질적인 세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박근혜 정부는 그간 명목세율을 올리지는 않았지만, 비과세·감면을 대거 축소해 대기업의 실질 부담을 늘려왔다. 일례로 2014년 과세표준 1천억원 초과 대기업은 각종 공제를 받더라도 내야 하는 최소한 세금비율이 16%에서 17%로 높아졌다.

명목세율 인상과 비과세·감면을 축소해 실질적으로 거둬들이는 세금을 높이는 것이 정부의 과제로 남았다.

배상근 전경련 전무는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일자리 창출, 소득재분배 개선이라는 국정과제를 충실히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국내 일부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향후 국내투자와 일자리 창출 그리고 글로벌 조세경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부와 국회에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대기업 R&D 비용 세액공제 축소 등 병행

정부는 법인세 인상에 따른 실효세율을 높이는 측면에서 대기업 연구개발(R&D) 증가분 세액공제(30%)는 현행을 유지하되 당기분은 축소하기로 했다. 애초 R&D 지출액의 1~3%에서 0~2%로 줄이는 것이다.

그동안 여당은 대기업의 R&D 투자는 투자비용이 법인세 산정비용으로 처리되고 세액공제까지 제공하기 때문에 이중의 혜택에 해당한다고 주장해왔다.

아울러 정부는 과세형평을 제고하고 국제적인 추세를 고려해 중소기업을 제외한 이월결손금 공제 한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해 공제 한도를 당해연도 소득의 80%에서 2018년 60%, 2019년 50%로 축소키로 했다.

대기업들은 기업들의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법인세 인상을 사실상 반대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법인세율 인상은 소비자가격 인상, 임금상승 억제, 배당 축소 등의 부작용을 야기한다"며 "해외직접투자 유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msb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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