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증세 논란이 지속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특히 부총리로 지명된 이후 명목 세율 인상과 같은 증세 방안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던 김 부총리가 결국 여당과 청와대의 '강공'에 끌려다니다 증세 카드를 수용해야만 했던 그간의 불편한 심경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김 부총리는 지난달 28일 기재부가 세법개정안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 "경제를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시장에 일관된 메시지를 주지 못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증세 논란과 관련해 김 부총리가 유감을 표명한 것은 처음이었다. 김 부총리의 예상치 못한 발언에 기재부 내에서도 "의외였다"는 반응이 나왔다.

김 부총리는 청문회 이후 명목 세율 인상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말을 네 번이나 했다는 것을 재차 언급하면서 "굉장히 민감해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기 때문에 경제수장으로서 신중하게 접근할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재정전문가인 김 부총리는 경제수장으로 지명된 이후 줄곧 증세와 관련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일관된' 메시지를 던졌다.

하지만 김 부총리의 이러한 소신이 무너진 것은 지난달 19일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위원회가 향후 5년간 정부가 추진할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한 뒤부터였다.

국정과제를 추진하기 위해 178조 원의 재원이 소요된다는 국정기획위의 발표에 재원 조달 계획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비판이 거셌기 때문이다.

당시 국정기획위의 발표 내용 어디에도 재원 조달 마련을 위한 증세 계획은 없었다.

국정기획위는 비과세 감면 축소와 법인세 등의 실효세율 상향 등을 통해 82조6천억 원의 세입을 확충하고,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 통해 95조4천억 원의 세출을 절감하면 재원 조달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사실상 김동연 부총리의 의중이 담긴 기재부의 공식 입장이었다.

그러나 다음 날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증세 문제를 본격적으로 꺼내 들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김 장관은 "표 때문에 증세 문제를 얘기하지 않고 복지를 확대해야 하는 현재의 상태가 언제까지 갈 수는 없다"고 직격하면서 증세 논의에 불을 붙였다.

같은 날 열린 대통령 주재 재정전략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추미애 대표가 초(超) 고소득자와 초대기업을 상대로 한 소득세와 법인세 명목 세율 인상 방안을 꺼내 들면서 정국은 '증세 블랙홀'로 빨려 들어갔다.

이후 "증세는 없다"던 김 부총리의 입장은 모호해졌다. 일각에서는 경제콘트롤타워인 김 부총리가 증세 논의 과정에서 소외되고 여당과 청와대로부터 휘둘리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김 부총리가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앞으로 재발하지 않도록 책임지고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한 것을 두고 경제수장으로서 여당과 청와대를 향해 일종의 경고를 던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2일 "부총리의 유감 발언에 섬뜩하다는 생각도 들었다"면서 "부총리가 마음을 다잡기 위해 작심하고 한 말처럼 들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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