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안정에 협조…수익성 감소 우려도

은행들, 3일부터 신규대출 상담때 강화된 LTVㆍDTI 규제 적용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시중 은행장들은 2일 정부가 발표한 강력한 주택시장 안정화 조치에 따른 금융규제로 가계대출 규모가 줄고 증가세도 완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택시장 과열을 가라 앉히려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는 대체로 공감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가계대출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수익성이 저하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6개 시중은행장과 간담회를 하고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적극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다.

최 위원장은 이달 중순 이후부터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강화되기 이전에 대출 쏠림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은행장이 직접 창구 관리에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위성호 신한은행장과 이광구 우리은행장, 윤종규 KB국민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이경섭 농협은행장, 김도진 IBK기업은행장 등이 참석했다.

시중은행장이 최종구 금융위원장을 공식 석상에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은행장들은 주택시장의 과열이 지속하고 있는 현시점이 집값 안정을 위해 정부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 대체로 공감했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취지에 100% 공감하는 정책"이라며 "나중에 가계부채가 폭발하는 것보다 지금 미리 대비하는 게 낫다"고 평가했다.

정부의 대책에 포함된 LTVㆍDTI 규제 강화가 시장의 예상보다 강력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단기간 내 확실한 효과를 내겠다는 정부의 시그널이라고 해석했다.

1천400조 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제어하는 데 즉각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봤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과거에 했어야 할 단계별 조정이 이번에 한꺼번에 진행됐다"며 "시중은행들도 이를 계기로 가계대출을 좀 줄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진 기업은행장 역시 "다른 시중은행보다 가계대출 비중은 적지만 정책 방향에는 크게 공감한다"며 "필요한 절차와 시스템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수익성 축소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윤종규 국민은행장은 "수익성 감소 걱정 때문인지 금융주 주가가 내렸다"면서도 "은행들이 수익성 다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KB금융 주가는 2.68% 하락했고 신한금융지주 주가도 1.48% 내렸다.

우리은행과 하나금융지주 주가는 각각 1.04%와 1.74% 하락했다.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어느 정도 타격이 예상되는 만큼 다른 분야에서 새 먹을거리를 찾아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경섭 농협은행장은 "시중은행들이 수도권 중심으로 가계대출 규모가 커 걱정은 되지만 집값 안정에 협조해야 하는 시기"라며 "가계대출 이외에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을 이미 은행들이 마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진웅섭 금감원장은 이번 대책을 계기로 시중은행들이 영업 관행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 원장은 "은행이 어떤 영업 전략을 선택하고 어떤 영업 행태를 보이는가에 성공 여부가 달려있다"며 "시장의 자율성이란 명분으로 가계대출 위주의 편중된 영업만 몰입하면 어떤 대책도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6일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은 전년말보다 4.0%(28조5천억원) 증가한 736조6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전에 비해 증가세는 다소 완화됐다.

하지만 하반기 미국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할 가느성이 큰만큼 가계대출에 따른 위험 요인은 여전하다.

금감원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동향에 대해 당분간 하루 단위로 특별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금감원은 이날 오후 16개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들은 긴급 소집해 향후 특별점검 진행 방향과 대출 쏠림을 막기 위한 대응 전략 등을 논의했다.

시중은행들은 당장 3일부터 영업점 창구에서 신규 대출을 상담할 때 강화된 LTVㆍDTI 규제를 적용할 방침이다.

김영기 금감원 부원장보는 "강화된 기준으로 상담을 진행해 대출 쏠림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리스크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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