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지수 하락에 베팅해 '올해 최악의 투자'로 꼽히는 리버스 인덱스펀드에 은행 고객 자산 7천억원이 물린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은행이 고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한 인버스 마케팅을 강화한 것이 원인으로 알려졌다.

3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국내 은행권이 판매한 국내 공모 주식형 인버스 인덱스펀드 판매 잔고는 지난 6월1일 기준으로 총 7천30억원이다. 증권사 판매 잔고 1천730억원이나 보험사 판매 잔고 570억원에 비해 월등히 많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이 2천200억원으로 전체 은행권 판매 잔고의 31.3%를 차지했다. 국민은행은 'NH-Amundi리버스인덱스증권투자신탁[주식-파생형] ClassA' 펀드를 1천40억원으로 특히 많이 팔았다. 지난 2일 기준 이 펀드의 3개월 수익률은 -8.78%, 6개월 수익률은 -15.28%, 1년 수익률은 -21.60%였다.

이어 부산은행(820억원)과 농협은행(790억원), 기업은행(780억원), 수협중앙회(580억원), 대구은행(470억원), KEB하나은행(430억원) 순으로 펀드 판매 잔고가 많았다.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까지 포함할 경우 은행권의 인버스 펀드 상품 판매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인버스 ETF 중 가장 규모가 큰 삼성KODEX인버스증권ETF는 지난 5월 말 현재 설정액이 2조3천68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11월 이후부터 가파르게 증가했다.

지난 2일 기준 삼성KODEX인버스증권ETF의 3개월 수익률은 -17.35%, 6개월 수익률은 -28.86%였다.

일부 은행은 올해 상반기 코스피가 상승하자 박스권 상단이라고 판단해 고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인버스 마케팅을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인버스 ETF 상품 판매에도 주력했다는 것이다.

한 생명보험사 대표는 "은행권의 예상과 달리 시장이 강세장으로 가면서 인버스 ETF 고객들의 수익도 완전히 망가졌다"며 "인버스 펀드와 인버스 ETF에 고객 자산이 1조원 넘게 물려 있는 은행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시장 전망이 빗나가면서 펀드 판매사도 책임을 나눠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펀드 상품별로만 수익률이 공시되는데 이 상품을 누가 얼마나 팔았는지도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펀드 판매 수수료는 은행권의 대표적인 비이자 수익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투자 결과는 투자자가 책임지는 것이 맞지만 판매사도 공시 등을 통해 결과에 대해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며 "펀드 투자자의 절반 이상이 은행 창구를 통해 펀드에 가입하는데 현재처럼 '팔면 끝'이라는 식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