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이 3일부터 곧바로 적용되면서 시중은행에 대출 수요자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일찌감치 고강도 규제가 예상됐던 탓에 창구 혼란은 없지만, 강남·송파 등 일부 지역의 경우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로 대출을 못 받게 될 것을 우려한 실수요자들의 상담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은 투기과열지구, 투기지역 LTV·DTI 강화안을 이날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최소 2주 이상 여유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대출 예정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정부는 서울과 과천시, 세종시 등 투기과열지구의 기존 60%, 50%던 LTV와 DTI 한도를 각각 40%로 낮췄다.

또 투기지역 내 주택담보대출 건수는 가구당 1건으로 제한하고 이미 주택담보대출이 있는 세대가 추가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LTV·DTI 비율이 10%포인트씩 강화했다.

연말까지 이주가 진행되는 강남구 개포 주공아파트 4단지 인근 은행 지점은 전일부터 대출금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미리 당겨 받으면 대출 가능한지 질문이 쇄도했다.

A은행 대치동 지점 관계자는 "부동산 대책이 유예기간 없이 적용되면서 잔금 대출을 받을 수 있느냐는 문의가 가장 많다"며 "개포동 아파트 매입 계획이 있던 고객의 경우 미리 대출 신청 서류를 접수하면 한도가 늘어나는지 묻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별문제 없을 거라 안내했는데도 영업 시작하자마자 지점을 방문해 대출 신청서와 관련 약정서를 미리 작성한 고객도 있었다"며 "개포동 이주비 대출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한동안 혼란이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 대치동과 도곡동·압구정 지역의 은행 영업점에는 2주택 이상 보유한 고객들의 문의가 주를 이뤘다.

B은행 도곡동 타워팰리스 PB센터장은 "노무현 정부 때보다 강력한 규제가 나올 것으로 예상해 고액 자산가들은 크게 혼란스러워하지 않으면서 일단 지켜보자는 심리가 강하다"면서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제도 부활로 절세 전략 상담 요청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제개편안이 함께 발표된 만큼 이달 중으로 부동산 전문가와 세무사 등을 초청해 VIP 고객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2회 이상 개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규제가 6·19 대책 때와 달리 유예기간 없이 곧바로 적용됐음에도 미리 대출을 받으려는 선수요 등으로 대출 쏠림 현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감독규정 개정 완료까지 최소 2주에서 한 달가량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여신 담당자는 "일부 지점에서는 2주 정도 여유가 있다고 안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창구지도로 억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당분간 대출이 많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평소와 다름없는 분위기다.

C은행 종로지점 관계자는 "가끔 부동산 대책에 관해 물어보는 전화가 오긴 하지만 평소와 크게 다를 바 없이 대출 업무가 진행되고 있다"며 "규제 강화로 대출 한도가 줄어든 사례는 아직 없었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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