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미래에셋금융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를 피해 박현주 회장 일가에 일감을 몰아주는 작업에 착수했다. 미래에셋은 최근 블루마운틴 컨트리클럽(CC) 운영권을 박 회장 일가가 소유한 회사의 자회사로 양도한 데 이어,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의 운영권도 넘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이 오너 일가가 직접 지분을 소유한 경우만 일감 몰아주기로 규제하는 맹점을 이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 공정위 규제 피해 '일감 직접 몰아주기→간접 몰아주기'로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미래에셋의 부동산 관리업체인 미래에셋컨설팅은 지난달 블루마운틴CC의 운영권을 자회사인 와이케이디벨롭먼트에 양도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블루마운틴CC 운영권 양도 이유를 "골프장 등 관리 법인 통합을 통한 시너지 창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정위 규제를 피해 박 회장 일가에 일감을 몰아주기 위해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박 회장과 부인, 세 자녀 등 일가가 92%에 가까운 지분을 소유한 회사다. 이 회사는 미래에셋이 사모펀드(PEF)를 통해 소유한 블루마운틴CC와 포시즌스호텔 운영을 맡고 있다.

골프장과 호텔 운영을 맡으며 미래에셋컨설팅의 내부거래는 공정위 규제 대상에 해당하는 수준까지 늘었다. 2013년 13억원에 불과했던 미래에셋컨설팅의 내부거래는 지난해 132억원까지 증가했다. 전체 매출액의 12.4% 규모다.

공정거래법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기업집단에 속한 회사가 오너 일가 지분이 일정비율(상장사 30%·비상장사 20%)을 넘는 계열사와 거래하면 이를 일감 몰아주기로 규제하고 있다. 특히 내부거래 총액이 200억원 이상을 기록하거나 내부거래 비중이 전체 매출액의 12% 이상일 때 규제대상이 된다. 미래에셋컨설팅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미래에셋컨설팅이 블루마운틴CC의 운영권을 자회사인 와이케이디벨롭먼트에 넘기면서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됐다. 공정거래법은 오너 일가가 직접 지분을 들고 있는 경우만 일감 몰아주기를 적용하고 있다.

와이케이디벨롭먼트는 미래에셋컨설팅의 지분이 67%다. 미래에셋컨설팅과 달리 박 회장 일가가 간접적으로 지분을 소유하는 형태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미래에셋이 포시즌스호텔의 운영권도 조만간 자회사로 넘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김상조 위원장·정치권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해야"

미래에셋이 이처럼 공정위 규제를 피해 박 회장 일가에게 일감을 몰아주려 하고 있지만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취임하면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될 확률이 높아진 데다, 오너가 간접 보유한 지분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기 때문이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 등 11명은 지난해 8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의 지분율 요건을 판단할 때 오너 일가가 법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유하는 지분을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김상조 위원장이 일감 몰아주기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이 같은 논의가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김 위원장은 이미 인사청문회에서 "일감 몰아주기나 부당한 내부거래는 부당한 부의 축적과 편법적 경영승계로 이어질 뿐 아니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사업영역을 침범해 기업의 성장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양극화를 초래한다"며 "따라서 이런 대기업의 잘못된 관행을 엄정하게 근절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미래에셋의 일감 몰아주기 방식은 이미 삼성그룹이 사용하며 논란이 된 방식이기도 하다.

삼성그룹의 단체 급식업체 삼성웰스토리의 내부거래 비중은 36%에 달한다. 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오너 일가가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웰스토리 지분을 간접적으로 보유하고 있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지 않는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공정위 국정감사에서 "삼성그룹이 삼성웰스토리를 물적분할한 뒤 간접지분을 보유해 교묘하게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에서 빠져나갔다"며 "공정위는 이것을 문제로 인식하지 못했느냐"고 지적한 바 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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