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에서 가장 사랑받는 이모티콘 캐릭터는 꼬리는 짧고 갈기는 없는 사자, 언뜻 보면 곰같이 생기기도 한 라이언(RYAN)이다.

라이언이 태어난 곳은 아프리카의 둥둥섬 왕국. 왕위 계승자이기도 한 라이언은 자유로운 삶을 동경한 나머지 고향을 떠나 대한민국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와 메신저에서 메인 모델로 활약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의 메인 모델로 라이언을 선택한 이유를 카카오프렌즈(카카오 메신저 이모티콘 캐릭터들)에서 조언자의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에서도 라이언이 금융소비자들에게 조언자의 역할을 하겠다는 숨은 뜻이 있다는 것이다.

이 라이언을 메인 모델로 내세운 카카오뱅크가 대한민국 금융업계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지난달 27일 오전 7시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뱅크는 지난 3일 오전 7시를 기점으로 가입자 수가 150만명을 넘어섰고, 여수신 금액은 1조원을 돌파했다. 시중은행이 3년 동안 영업을 해도 달성하기 어려운 성과를 영업 개시 10여 일만 이뤄냈다. 메가톤급 흥행이다.

카카오뱅크의 흥행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어서 새삼 놀랍지도 않다. 해외송금 수수료는 시중은행의 10분의 1, 신용 대출금리는 동일 신용등급일 경우 은행보다 1%포인트 이상 낮다. 전국 어느 은행 ATM을 이용하더라도 인출 수수료가 없다.

게다가 대출이나 통장을 개설할 때도 복잡한 서류 제출 없이 5분 이내 모든 절차가 마무리된다. 굳이 소비자 입장에서 시중은행을 이용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카카오뱅크에 가입자가 폭발하는 이유를 또 하나 찾으라고 한다면 '배신감'때문이 아닐까 싶다. 시중은행에 대한 소비자들의 배신감 말이다.

이제 서비스를 시작한 인터넷은행도 할 수 있는 최저 대출, 최고 예금금리 제시, 수수료 면제 등을 그간 시중은행들은 외면했다. 오히려 금리와 수수료를 올리면서 자기 배를 채웠다. 올해 상반기 시중은행들의 실적은 역대 최대였다. 저금리 상황에서 영업이 어렵다며 볼멘소리를 하면서 슬금슬금 각종 수수료는 인상됐고, 손쉬운 가계대출로 예대마진 확보에만 집중해 수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카카오뱅크가 흥행몰이를 이어가자 시중은행은 뒤늦게 수수료를 낮추고, 해외송금수수료도 깎아 주겠다고 한다. 이는 그간 할 수 있었는데 안 했다는 뜻이다. 소비자들은 이러한 시중은행들의 행보를 반기기는커녕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당연한 것이다.

금융도 상품이다. 경쟁력이 있는 곳에 소비자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은행들은 카카오뱅크의 흥행몰이를 평가절하하고 있다. 금융은 신뢰가 생명인데 인터넷뱅크와 같은 비대면 수요는 보조적 역할에 그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결국, 소비자들은 인터넷뱅크가 아닌 시중은행을 다시 찾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여러 연구기관을 통해 나오고 있다.

은행과 연구기관들의 주장과 분석이 틀리다고 할 순 없다. 금융은 신뢰를 기반으로 완성되는 것이 맞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비대면 거래) 곳에서 금융회사와 소비자들이 쌓인 신뢰가 더욱 견고할 수 있다는 점을 기존 은행들은 간과한 거 같다.

금융시장의 환경 변화를 외면하고 과거의 영업 행태를 고집하면서도 다시금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낙관하는 은행이 아직도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틀린 문장에 마침표를 찍는 것과 다를 게 없지 않을까. (정책금융부 부장)

s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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