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포인포맥스) 최욱 기자 =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의 대안으로 꼽혔던 단말기 자급제에 대한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이동통신사들의 손익 계산이 분주해지고 있다.

이통사 입장에서는 유통점에 지급하는 판매 장려금(리베이트)이 대폭 줄면서 수익성 개선이 예상되지만, 휴대전화 유통에 대한 장악력이 낮아진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성태 의원(자유한국당)은 내달 단말기 완전 자급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단말기 자급제는 휴대전화 구매와 통신사의 요금제 가입을 분리하는 제도다. 업계에서는 인위적인 정부의 요금 인하 규제의 대안으로 이 제도가 거론돼왔다.

완전 자급제가 시행되면 유통망에 뿌려지는 장려금을 포함한 이통사의 마케팅비가 감소하기 때문에 통신요금 인하 여력이 생긴다는 논리다. 또 단말기 가격 경쟁으로 출고가 인하도 기대할 수 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됐으나 국회 회기만료로 자동 폐기된 바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통신비 인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다 국회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어 예전보다 통과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휴대전화 유통시장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제도인 만큼 이해당사자인 이통사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먼저 실적 영향만 놓고 보면 단말기 완전 자급제가 이통사에게 유리한 제도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통사가 휴대전화 판매에서 손을 떼게 되면 마케팅비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유통점 판매 장려금을 아낄 수 있어 수익성 개선이 예상된다.

지난해 이통 3사의 마케팅비용은 7조6천187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90%가 단말기 지원금, 유통망 판매 장려금, 멤버십 비용 등을 포함한 마케팅 수수료다.

증권가에서는 단말기 완전 자급제 도입으로 이통사들이 연간 약 3조원의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텔레콤이 이통 3사 중 유일하게 단말기 완전 자급제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것도 수익성 회복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국내 이동통신시장의 특성상 단말기 자급제 도입 영향을 수치 변화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완전 자급제 도입이 실현될 경우 이통사가 휴대전화 유통시장의 헤게모니를 잃어버리면서 제조사와의 협상에서 불리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이통사가 유통망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제조사에 어느 정도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며 "유통망 장악력이 사라지면 제조사와의 협상에서 이통사가 을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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