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저유가로 해외사업을 줄이면서 국내 주택에 의지했던 건설업계가 다시 한 번 먹거리 고민에 빠졌다.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마저 축소할 것으로 예고해 신성장 동력 마련이 시급해진 탓이다.

4일 기획재정부의 국가재정운용계획 따르면 정부는 올해부터 매년 6%씩 SOC 예산을 축소한다. 올해 21조8천억원인 SOC 예산은 2018년 20조 3천억원, 2019년 19조 3천억원, 2020년 18조 5천억원으로 감축된다.

재정당국이 SOC 예산을 줄이기로 한 것은 G20 국가 중 국토면적당 고속도로 연장 1위, 국도 연장 3위, 철도 연장 6위 등 이미 충분한 수준의 SOC 기반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전 정부에서 4대강 사업 등으로 SOC 예산이 상당히 부풀었던 점을 고려하면 연 6%의 감축 속도가 빠르다고 하기 어려우나, 건설업계의 표정은 편치 않다.

저유가의 영향으로 해외사업 비중이 극도로 위축된 데다 최근 4년간 캐쉬카우 역할을 하던 국내 주택사업이 정부의 8·2대책에 타격이 예상되는 까닭이다.

업계의 맏형이자 해외건설의 선두 주자였던 현대건설도 올해 상반기 매출 8조3천475억원 중 55.4%인 4조6천260억원이 국내 매출이었다.

대우건설은 상반기 매출액 5조7천653억원 중 국내 매출이 4조3천838억원으로 76%를 차지했다. 사업별로는 주택 2조791억원, 건축 1조1천311억원으로 주택과 건축이 전체 매출의 55%를 차지했다.

GS건설도 상반기 매출 5조6천950억원 중 국내 매출이 3조9천490억원으로 69%를 차지했다. 건축·주택사업 비중이 57%를 차지해 아파트 중심의 국내 사업 비중을 짐작하게 했다.

대한건설협회가 하루 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민홍철 의원실과 함께 'SOC 투자축소 긴급진단 토론회'를 연 것도 더는 물러설 수 없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됐다.

진상화 현대건설 상무는 이 자리에서 "해외와 국내 등 건설업 사이클은 어느 한쪽이 어려우면 다른 쪽에 기대어 헤쳐나갔는데 이번처럼 동시에 어려워진 경우는 처음이다"고 위기의식을 털어놨다.

증권가는 당분간 건설업계가 힘든 기간을 보낼 것으로 전망했다.

조윤호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대형건설사의 경우 하반기 해외수주도 불투명한 상태이기 때문에 2019년 이후 역성장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질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언급했다.

김선미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건설사 주택부문 실적은 성장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매출은 2019년부터 둔화하겠으나 수익성은 2018년부터 하락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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