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중소형 운용사의 존재감이 날로 위축되고 있다. 일부 대형사에 밀려 ETF에서 손을 떼는 중소형 운용사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극단적인 변화 없이는 현재의 판도가 바뀌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기준으로 증시에 상장된 ETF는 총 293종목으로 집계됐다. 이 중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 KB자산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5개사의 비중이 95%로 나타났다.

순자산 규모를 기준으로 하면 상위 5개사의 시장 점유율이 96.5%로 높아져 중소형 운용사들의 입지는 더욱 좁게 느껴지는 상황이다.

교보악사자산운용, 동부자산운용, 유리에셋자산운용의 ETF 16종목이 상장돼 있지만, 이 중 순자산 규모가 천억원대를 넘어가는 것은 단 두 종목에 불과하다.

중소형 운용사의 ETF 중에는 일평균 거래량이 100주에도 미치지 못하는 종목이 많았다. 또한, 교보악사의 파워 단기채 ETF, 동부의 마이티 ETF 시리즈 등은 하루 거래량이 단 한 자릿수에 그친 날도 있다.

ETF 시장에서 중소형 운용사의 고전은 계속됐다. 브랜드 파워가 큰 대형사가 선점한 시장에서 중소형 운용사의 상품이 입지를 확대하기는 쉽지 않았다. 인력 숫자에서 열세에 있는 것은 물론, 투자자를 이끌기 위한 마케팅 비용도 부담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소형 운용사 ETF의 경우 유동성이 떨어지자 신규 투자 수요 유입이 부진하고, 이에 따라 존재감은 더욱 미미해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탓에 ETF를 접는 운용사도 속출했다. 운용사들은 신탁 원본액이 감소해 운용 효율성이 저하된 경우 ETF를 자진 상장폐지할 수 있다. 이미 지난해 KTB자산운용도 두 종류의 ETF를 자진 상장폐지한 바 있고, 동양자산운용과 대신자산운용도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신규 설정도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 10일 설정된 교보악사의 파워 스마트밸류 ETF를 제외하고 지난 2015년 8월 이후 중소형 운용사의 신규 ETF 설정은 전무했다. 대형 5개사가 올해에만 39개 ETF를 설정한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당초 농협금융지주라는 든든한 계열사 라인업을 지닌 NH아문디자산운용이 ETF 출시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며 시장 구조가 재편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현재로써는 구체적인 출시 계획이나 일정 등은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금이 몰리는 대형사의 ETF는 코스피 200 레버리지, 인버스 등 단순한 구조를 갖췄고 이해하기 쉬워 점점 더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시장 선점 효과도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뚜렷하게 차별화된 상품이 없이 서로 따라 한 듯한 유사한 상품 라인업이 즐비해 경쟁력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규제 완화를 통해 3배 등 레버리지를 높인 극단적인 유인책이 있어야 중소형 운용사 ETF에 볕이 들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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