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경기변동성이 줄어든 이유가 경제 활력이 저하됐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8일 '경기변동성 축소에 대한 재평가'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경기변동성 축소가 과거 미국이나 영국에서 나타났던 긍정적인 효과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경기변동성 축소가 경제가 성숙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라는 긍정적인 진단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미국의 대 완화기(1990년대 이후) 성장률 등 거시변동성과 기업의 다이나믹스를 반영하는 미시변동성을 비교했다.

미국은 이 기간에 거시 변동성이 축소되는 가운데 미시변동성은 확대되는 분기화 추세(Diverging trend)가 나타났다.

반면 한국은 금융위기 이후 경기변동성이 절반으로 줄어들면서 동시에 기업 매출 변동성도 줄어들었다.

최근 우리나라의 경기변동성 축소를 기업의 혁신활동이 활발한 가운데 나타났던 주요국 변동성 완화와 동일하게 평가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미다.

한은은 이를 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의 금융위기 전후 변동성을 비교했다.

한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 GDP 성장률과 GDP 순환변동, 경기동행지수가 모두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경기변동성은 0.48배로 OECD 국가의 평균 0.9배 보다 낮았다.

GDP 변동성과 성장률이 양의 상관관계를 나타내고 있어, 경기변동성 축소가 성장세 둔화와 연관이 있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특히 한국의 경기변동성 축소는 OECD 주요국에 비해 그 폭이 두드러지고, 민간소비와 재고투자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경기변동성 축소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그 폭이 크고, 지출부문별로는 가계소비와 기업투자에 집중됐다며, 경기 국면별로는 수축국면보다 확장국면에서 더욱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우리나라는 혁신활동이 저하된 가운데 소비, 투자성향 저하 현상이 동반되고 있어 문제점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며 "경기회복 모멘텀 확충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계부문의 경우 채무부담, 노후 불안 등 구조적 제약요인이 있는 만큼 일자리 창출을 통한 가계소득 기반 확충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며 "민간소비가 부진한 상황에서 순환주기가 짧은 수출이 성장을 주도하게 되면 경기가 소순환에 그칠 수 있어 내수 동향에 유의하면서 경기 흐름을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syj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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