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한국항공우주(KAI)의 분식회계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지만 자신 있게 투자자들에게 '매도'를 외치는 증권사는 전무했다. 증권사 보고서가 개인을 비롯한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지침이 되는 만큼 전문가들의 책임감 있는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KAI의 분식회계 논란이 불거진 이후 5개 증권사에서 기업분석보고서가 발간됐다.

이 중 KB증권만이 회계 이슈가 불거진 데 따라 투자판단을 유보하겠다고 밝혔다. 대신증권과 BNK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은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하는 데 그쳤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립 의견이 사실상의 매도 의견과 다를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대신증권과 삼성증권은 목표주가를 종전보다 크게 낮춰 각각 4만8천원과 4만3천원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여전히 목표주가가 현재 주가 수준보다 높아 사실상 매도를 권고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기존 한국항공우주에 대한 커버리지를 유지하던 하이투자증권, 케이프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등은 분식회계 이슈가 불거진 이후 아예 분석 보고서조차 내지 않았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매도 보고서를 내는 순간 기업탐방을 금지당하거나 기업 IR과 척을 질 수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매도 의견을 내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회사에 대해 압수수색까지 펼쳐지고 상장폐지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보고서를 아예 내지 않거나 매도 의견조차 나오지 않는 것이 개인 투자자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업계 관행에 일침을 가했다. 이 관계자는 "외국계 회사처럼 애널리스트의 투자의견에 따라 성과보수를 책정하고 리서치 보고서 유료화를 통해서 자체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리서치 구조 자체가 변하면 매도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애널리스트가 알아서 내게 될 것이고 실력이 없는 마케팅 전담 애널리스트는 시장에서 알아서 도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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