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호 홍경표 기자 = 81학번들이 국내 주요 연기금 최고투자책임자(CIO) 자리를 대거 차지하면서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많은 인원수로 금융시장을 주름잡았던 82학번은 연기금 업계에서는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등 3대 연기금 CIO 중 2명이 81학번이다.

현재 국민연금 CIO는 공석이며 이창훈 공무원연금 CIO는 서울대 경영학과 81학번, 박대양 사학연금 CIO는 고려대 경영학과 81학번이다.

30조 원이 넘는 자금 운용을 총괄하는 강성석 교직원공제회 CIO는 성균관대 경영학과 81학번이고, 총자산 10조 원 행정공제회의 장동헌 CIO는 동국대 무역학과 81학번이다. 81학번 연기금 CIO가 굴리는 자금 규모만 해도 60조 원 가량이 된다.

지금까지는 82학번 출신들이 금융업계와 정관계의 대세였다. 입학정원이 크게 늘었던 82학번 인원수가 다른 학번들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81년 본고사를 폐지하고 졸업정원제를 도입하는 등 입시제도를 크게 바꿨는데, 이 때문에 81학번은 서울대 입학정원 미달 사태가 나는 등 숫자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반면 82학번은 입시제도 변경 2년 차로, 서울대가 입학정원의 130%를 뽑는 등 대학들이 정원을 대폭 늘려 상대적으로 수가 많아졌다. 서울대에서는 떼로 몰려다니는 82학번들을 똥파리에 비유했고, 학번을 그대로 독음해 '똥파리 82학번'이 고유명사화됐다.

박근혜 정부 당시 강석훈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1차관,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이 82학번이다. 금융업계에서는 김용범 메리츠화재 사장과 정영채 NH투자증권 IB사업부 대표, 김신 SK증권 대표, 전병조 KB투자증권 대표 등이 82학번이다.

연기금에서 주류가 된 81학번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핵심 요직을 맡게 됐다. 김상조 공정위원장과 한승희 국세청장,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서울대 경제학과 81학번이다.

연기금의 한 CIO는 "그동안 82학번들이 금융업계에 워낙 많았고 81학번은 희귀한 존재였다"며 "최근에는 81학번들이 연기금 업계에서 빛을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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