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청와대 관계자가 금리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고 했지만 서울채권시장은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에 겁을 먹었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9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을 가격에 반영하는 등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8일 "개인적으로는 (기준) 금리가 낮다고 본다"면서도 "급하게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생각은 아니다"고 말했다.

우리 경제 수준을 고려했을 때 1.25%의 기준금리가 너무 낮다는 의미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또한, 부동산 가격이 높아진 원인으로 저금리 기조를 꼽았다.

채권시장은 이 관계자의 발언에 주목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가장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은 분야가 부동산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금리를 쓴다는 것은 너무 큰 정책도구를 쓰는 것"이라며 "다른 정책으로도 부동산 시장 안정이 안 될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가 금리 인상이 최후의 수단이라고 말했음에도 단기금리는 상승 폭을 키웠다. 전일 국고채 3년물은 장내거래에서 1.813%, 국고채 5년물은 2.011%로 연고점을 경신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6월부터 통화정책 변화를 예고했고, 금리 인상 시기를 저울질했던 채권시장으로써는 청와대 관계자 발언이 잠재된 두려움을 표출시키는 계기로 작용한 셈이다.

지난달 연합인포맥스가 조사한 기준금리 전망에서 17개 기관 중 연내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전망한 곳은 없었다. 내년 3월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내다본 기관도 한 곳에 그쳤다.

시장참가자들은 청와대 관계자의 금리 발언이 원론적이라 하더라도 충격이 컸다고 전했다. 향후 한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한 증권사 채권 딜러는 "청와대가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언급하면서도 금리가 낮은 수준이라고 말한 것 자체가 한은의 독립성을 떨어뜨리는 결과가 됐다"며 "채권시장은 한은보다 정부의 입에 더 주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 딜러는 "청와대 관계자 발언이 이틀 연속 나왔는데, 이전에 말했던 것을 다소 완화하는 톤이었지만 시장에서는 오히려 속내를 들켰다고 인식한 듯하다"며 "채권시장이 금리 인상을 가격에 본격적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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