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북한이 미국령인 괌 주변을 포위사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의 수위가 높아졌다.

북한 리스크에 따른 리스크회피가 단시일내에 해소되는 학습효과를 보여왔지만 최근에는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 양상이 달라졌다.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는 1994년 불바다 발언, 2006년 첫 핵실험,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 때처럼 강경 발언, 핵 이슈, 군사적 타격 가능성 등을 담고 있지만 이번에는 미국령에 대한 핵미사일 사격 선언이라는 초강수로 연결되고 있다.









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지난 7월초 1,157.90원(월중고점)에서 1,110.50원(7월27일)에 연중저점까지 글로벌 달러 약세를 반영한 하락폭의 절반 정도를 북한 리스크로 회복한 상태다.

◇'불바다 발언' 연상시킨 美 '화염과 분노' 발언

북한의 괌 포격선언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경 발언으로 대응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의 수위는 한껏 높아진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더는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 게 최선일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지금껏 전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공식적으로 강경 발언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1994년 '서울 불바다' 발언을 연상시키는 대목이지만 과거와 달라진 양상을 보여준다.

북한의 '서울 불바다' 발언 당시 달러-원 환율은 0.50원 올랐고, 다음날 1.10원 하락했다. 코스피 역시 당일에는 7.4포인트 하락한 후 다음날 7.7포인트 하락세를 이어갔다.

북한의 경우는 강경발언이 잦았기 때문에 외환시장에서 학습 효과가 누적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미국이 이례적인 강경 발언으로 대응하면서 금융시장의 민감도가 높아졌다.

달러-원 환율은 10원 넘게 급등했고, 코스피는 20포인트 이상 하락한 상태다.

◇核리스크, 1차 핵실험 충격 버금가는 핵미사일 발사

북한의 핵 관련 이슈라는 점에서 이번 북한의 미사일 사격 선언은 과거 사례와 공통점이 있다.

북한 핵실험 소식이 처음 전해졌던 2006년 10월, 서울외환시장은 충격에 빠진 바 있다.

2006년 10월9일 달러-원 환율은 14.80원 폭등했다. 코스피는 33포인트 급락했다

북한의 핵실험 충격은 외환시장에서는 14거래일 만에, 증시에서는 5거래일만에 누그러졌다.

이후 금융시장은 북한이 수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단행하면서 출렁였지만 점차 빠르게 소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올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기 시작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는 다른 국면을 맞았다.

달러-원 환율은 1,150.60원으로 넉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후 글로벌 달러 약세에 하락했다.

그럼에도 북한 미사일 이슈는 잠재적인 불안 요인으로 자리를 잡았다.

◇군사적 도발, 북한 리스크 여파 확대

가장 관심있게 봐야 할 대목은 북한의 괌 포위사격 선언이 군사적 충돌을 불러올 가능성이다.

북한 리스크 중 군사적 충돌이 있었던 부분은 어김없이 달러-원 환율 급등을 유발했다.

특히 2010년 5월20일 천안함 침몰 원인이 북한의 중어뢰 공격에 따른 것이라는 결과가 나오면서 달러-원 환율은 전일대비 29원 급등해 연중 고점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11월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달러화는 6거래일간 36원 상승한 바 있다. 이후 고점 대비 직전 수준으로 돌아오는 데도 10거래일이 걸렸다.

다만, 서울환시는 군사적 충돌에 대해서는 아직 신중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 금융시장 관계자는 "북한 리스크가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지 확실하지 않지만 보통 협상 직전까지는 갈등이 최고조에 달할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역외투자자들이 민감하게 오버액션을 하면서 급등했지만 전시상황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네고물량이 꽤 많이 나오고 있어 상승폭이 제한되고 있다"고 말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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