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요 부처 장관들에게 "개인적으로 미안하다"는 심정을 전했다.

김 부총리는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회의에서 장관들께 어려운 말씀을 드렸다. 내년 부처 예산을 삭감하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부탁하며 고통을 분담하자는 내용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부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물적 투자를 축소하는 대신에 복지와 일자리 투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내년도 예산안을 짜고 있다고 소개하고, 강력한 세출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정과제 외에 추가로 정책 소요가 예상되는 만큼 적극적으로 재정 수요 관리를 해야 한다"면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계획한 약 9조4천억 원의 세출 구조조정 규모를 11조 원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면서 "불요불급하거나 성과나 집행이 미진한 사업에 대해서는 구조조정 불가피한 상황이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장관들에게 고통을 분담하자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전 부처가 구조조정의 아픔과 고통을 함께 분담한다는 각오로 일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부총리의 이러한 언급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재원이 178조 원에 이르고 이를 조달하기 위해 강력한 세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정부는 세입 확충을 통해 82조6천억 원, 세출 절감을 통해 95조4천억 원을 확보해 178조 원의 재원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김 부총리의 고민은 세입 확충보다는 세출 절감으로 쏠려 있다.

김 부총리는 지난달 28일 세법개정안 설명 기자간담회에서 "세수 증대 효과를 보면 세수 측면에서 178조 원을 충당하기 위한 재원은 가능할 것"이라며 "오히려 세출 구조조정이 더 걱정이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95조4천억 원 가운데 60조 원이 세출 구조조정이고 나머지 35조 원이 기타 기금인데 5년간 (세출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게 더 크지 않을까 생각된다"고도 했다.

5년간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60조 원을 마련해야 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우려한 발언이었다.

그는 특히 주요 부처 장관들이 임명되고 의욕적으로 일하려는 생각이 강해 예산에 대한 세출 요구가 많다면서 "굉장히 힘들게 구조조정을 해야 할 상황이다"고 우려했다.

이날 주요 부처 장관들에게 고통 분담을 당부한 것도 이러한 김 부총리의 문제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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