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그룹 내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는 알짜 자회사 NH투자증권의 지분을 늘리기 위한 농협금융지주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비상장사인 농협금융이 상장사의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선 적잖은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최근 NH투자증권의 추가 지분 확보를 위한 자금 마련 방안을 검토 중이다.

농협금융은 현재 NH증권 지분을 49.11%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장기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농협금융이 NH증권의 지분 확대를 고민한 것은 2년 전부터다.

2014년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의 합병으로 탄생한 NH투자증권을 농협금융 내 핵심 자회사로 육성하기 위해선 지분율 확대가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농협금융은 NH증권의 주식을 매년 1천억 원 규모로 사들이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기도 했지만 검토하는 차원에 그쳤다.

대내외 시장과 자금 마련 상황이 여의치 않아 구체적인 실행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이후 조선ㆍ해운업 구조조정이 이어지며 충당금 직격탄을 맞은 농협금융은 지난해 빅배스(big bath)를 단행하는 등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현실적으로 NH증권의 지분을 늘릴만한 여력이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실적이 급속도로 회복하며 농협금융 내부에서 NH증권의 지분 확대 필요성이 다시 회자했다.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은 "최근 은행지주 회사의 영구채 발행이 가능해졌고, 올해 연간 순익은 1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며 "오래 고민해온 만큼 다양한 자금조달 방법을 통해 NH증권의 지분을 늘릴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영구채는 원금을 갚지 않고 이자만 계속해서 지급하는 채권으로 바젤Ⅲ 기준에선 이를 자본으로 인정한다.

금융당국은 이달 19일부터 은행지주가 영구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영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로 은행 지주사가 국제결제은행(BIS)의 자본 비율을 관리하기 쉬워진 셈이다.

농협금융은 올해 상반기 5천127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연초 제시한 목표 순익 6천500억 원의 80%에 해당하는 규모다.

매년 농업협동조합법에 따라 수천억 원의 농업지원사업비(옛 명칭사용료)를 농협중앙회에 내고 있음을 고려하면 올해 연간 순익 예상액은 1조 원이 넘는다. 그만큼 늘어난 유보금으로 NH증권 지분을 사들일 수 있다는 뜻이다.

NH증권에 대한 농협금융은 셈법은 늘어나는 지분만큼 커지는 당기순이익과 배당에 있다. 현재는 49.11%의 지분만 보유하고 있어 NH증권의 순익 절반만 연결 기준으로 인정된다.

올해 상반기만 보더라도 NH증권의 순익은 1천956억 원으로 자회사 중 농협은행 다음으로 순익 규모가 컸다.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중에선 단연 1등이다. 농협금융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수익원인 셈이다.

연말 배당금 역시 마찬가지다. NH증권은 50% 이상의 배당 성향과 4% 이상의 배당 수익률을 기록하는 증권업계 대표 배당주다.

그간 NH투자증권은 증권사로서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규제를, 지주 계열사로서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을 모두 맞춰야 하는 이중 규제를 적용받아왔다. 증권사에 대한 BIS 비율 규제는 위험가중자산 축소와 직결된다.

하지만 증권과 은행 등을 아우르는 지주 차원의 경쟁력을 고려하면 NH증권에도 농협금융의 지분 확대는 호재다.

최근 위기를 맞이했던 여의도 파크원 개발 프로젝트에서도 NH증권은 기관투자자 도움 없이 2조 원 넘는 돈을 가뿐히 조달했다. 그 뒤엔 농협금융이 있었다.

한 증권업 연구원은 "KB금융 등이 계열 증권사와 손보사를 완전 자회사로 전환하며 리딩뱅크를 탈환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며 "비상장사인 농협금융이 NH증권의 지분을 늘리기 위해선 큰 규모의 자금조달이 필요하지만, 시너지를 고려하면 충분히 감내할만한 비용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jsjeo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