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현재 통상임금으로 소송을 벌이는 대기업들이 관련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최대 8조원을 넘는 추가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통상임금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35개 기업(종업원 450명 이상)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기업이 패소할 때 부담해야 하는 지연이자, 소급분 등의 비용을 합산하면 최대 8조3천673억원(응답기업 25개사)이었다고 10일 밝혔다.

그간 35개사에 제기된 통상임금 소송은 총 103건이었다. 이미 종결된 4건을 빼고 기업당 평균 2.8건의 소송을 치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행 단계별로는 1심 계류(48건·46.6%)가 가장 많았고, 2심(항소심) 계류(31건·30.1%), 3심(상고심) 계류(20건·19.4%)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통상임금 소송으로 예상되는 피해로는 대부분 기업(29개사)이 '예측지 못한 과도한 인건비 발생(82.8%)'이라고 답했다. 이 밖에도 '인력운용 불확실성 증대(8.6%)'와 '유사한 추가소송 발생(8.6%)' 등을 꼽았다.

통상임금 소송의 최대쟁점은 '소급지급 관련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인정 여부(65.7%)'와 '상여금 및 기타 수당의 고정성 충족 여부'(28.6%)'로 조사됐다.

신의칙은 법률관계 당사자는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해야 하고,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행사를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고정성은 근로자가 제공한 근로에 대해 그 업적, 성과, 기타 추가적 조건과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될 것이 확정된 성질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상여금이나 각종 수당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

기업들은 신의칙이 쟁점이 된 이유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다는 노사 간 묵시적 합의나 관행에 대한 불인정(32.6%)', '재무지표 외 업계 현황, 산업특성, 미래 투자 애로 등에 대한 미고려(25.6%)', '경영위기 판단 시점(소송제기 시점이나 판결 시점)에 대한 혼선(18.6%)' 등을 들었다.

유환익 한경연 정책본부장은 "지난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법리 정리에도 통상임금 정의 규정이나 신의칙 인정 관련 세부지침 미비로 산업현장에서는 통상임금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통상임금 정의 규정을 입법화하고, 신의칙 등에 대한 세부지침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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