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은행계 중소형 신용카드사들의 모은행 흡수합병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카드업계의 영업환경이 악화하면서 사업 확대가 아닌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는 게 이런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 은행계 카드사 원대 복귀하나 =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카드업계에선 규제 강화와 금리 상승, 경쟁 격화 등을 고려할 때 수년 후 일부 은행계 카드사들이 모은행에 다시 편입되는 운명을 맞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런 관측은 주로 중소형사를 타깃으로 하고 있는데, 모은행에 흡수될 경우 조달비용을 감축하는 등 보다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신용카드업계는 2003년 '카드대란' 이후 혹독한 구조조정 과정을 거쳤다.

2003년 9월 국민카드가 국민은행에 합병됐고 2004년 2월에는 외환카드가 외환은행에, 3월에는 우리카드가 우리은행에 흡수됐다.

이들 외에 삼성카드·현대카드·롯데카드는 대주주의 자금지원으로 회생을 도모했다. LG카드는 채권단 주도로 정상화를 추진했고, 2007년 10월 신한카드와 통합했다.

이러한 경험이 은행계 중소형 카드사의 원대 복귀 관측의 배경이다.

현재 카드업계는 크게 8개 전업 카드사와 11개 겸영은행으로 구성돼 있다.

전업 카드사는 다시 은행계열과 기업계열로 나뉘는데, 신한카드와 우리카드, 국민카드, 하나카드 등이 은행계열이다.

국민카드는 2011년, 우리카드는 2013년 계열은행으로부터 분사했다. 하나카드는 외환은행으로부터 분사한 외환카드와 하나SK카드의 합병을 통해 2014년 설립됐다.

이중 카드 자산 규모가 10조 원에 못 미치는 하나카드와 우리카드 등이 중소형사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대란 이후 산업 성장기의 영업 확대 과정에서 은행계 카드사들이 분사를 선택했다"며 "그러나 최근 업황이 악화돼 몇 년 후 반대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 카드업황 어떻길래 = 은행계 중소형 카드사 모은행 흡수론은 향후 카드업황이 나빠질 것이라는 데 근거를 두고 있다.

먼저 새 정부의 소상공인과 서민 보호 노선을 고려할 때 내년 말로 예정된 원가 기반 수수료율 재산정 때 영세·중소 가맹점의 우대 수수료율이 인하될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이 나온다.

현재 영세 가맹점의 우대 수수료율은 0.8%, 중소 가맹점의 우대 수수료율은 1.3%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공약한 대로 법정 최고금리가 단계적으로 20%까지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확산해 있다.

앞서 정부는 영세 가맹점의 범위를 기존 연 매출 2억 원에서 3억 원으로, 중소 가맹점의 범위는 3억 원에서 5억 원으로 각각 높였다.

또 내년 1월부터 대부업자와 여신금융기관에 적용되는 최고금리를 24%로 인하하기로 하고, 관련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규제 이슈 외에 미국 등 주요국이 그간의 통화완화정책에서 이탈하기 시작한 데 따른 시중 금리 상승 압력도 업계에 악재다.

금리 상승이 직접적으론 조달비용을 늘리고, 간접적으론 자산 건전성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리 상승폭이 클 경우 조달비용과 대손비용 부담으로 카드업계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할 수 있다.

최근에는 투자자들의 단기물 선호로 신용카드의 조달 만기가 짧아지고 있어 우려를 더 키우고 있다.

카드채 발행 만기가 짧아지면 향후 금리 인상 시기에 조달비용 증가로 이어져 수익성 압박이 더 커질 수 있어서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도 업계에 위기감을 심어주고 있다.

지난달 27일 출범한 카카오은행은 이달 8일 오후 기준으로 대출이 8천억 원에 육박했고, 체크카드 발급자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이 계좌기반 결제모형 개발에 나선 점도 카드사들을 바짝 긴장하게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계좌기반 결제모형은 현재의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과 달리 인터넷은행의 계좌를 기반으로 소비자와 판매자를 직접 연결하기 때문에 수수료 비용을 대폭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h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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