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국내 주요 대형건설사들이 담합(짬짜미)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번에는 액화천연가스(LNG) 저장탱크 건설공사 담합인데 규모가 역대 최대다. 전문가들은 이익률이 부진한 건설사들이 재무적·영업적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만큼 업계와 정부의 공동 노력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지난 4월부터 13개 대형건설사의 '액화천연가스(LNG) 저장탱크 건설공사' 입찰담합을 수사해 10개 건설사와 회사 소속 전현직 임직원 20명을 기소했다.

기소된 건설사는 ▲대림산업 ▲한양 ▲대우건설 ▲GS건설 ▲현대건설 ▲경남기업 ▲한화건설 ▲삼부토건 ▲동아건설 ▲SK건설 등이다. 공정거래법과 건설산업기본법을 위반한 혐의다.

삼성물산도 담합에 가담했지만, 법인 합병으로 공소권 없음으로 처분됐고 두산중공업과 포스코건설은 담합을 자진신고해 고발이 면제되는 '리니언시'가 적용됐다. 전현직 임직원 기소에는 이들 회사도 포함됐다.

지난 2005년부터 2012년 말까지 한국가스공사가 발주해 담합한 건설사들이 낙찰받은 LNG 저장탱크 건설공사 금액은 3조5천495억원에 달한다. 소위 '나눠먹기'식으로 공사에 참여했는데 역대 최대 규모의 최저가 낙찰제 입찰 담합 사건이다.

검찰은 "다수의 피고인은 4대강 공사 담합 사건, 호남고속철도 공사 담합 사건, 천연가스 주배관 공사 담합 사건 등 종전 사건에 관여했지만, 계속 담합 주도자로 등장한다"며 "수년간 담합행위를 해도 그 공로를 인정받아 임직원이 승진하고 대표이사인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건이 대규모 담합사건에 대한 마지막 불구속 수사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이번 담합에 참가한 건설사 중 시공능력평가 10위권 이내의 건설사가 7곳 들어갔다. 지난 2014년 이후 적발된 입찰담합과 관련된 건설사가 80여개고 시공능력평가액 순위 상위 100위 이내 업체만 56개사에 이른다.

발주처인 한국가스공사는 13개 건설사를 상대로 2천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약 3년 반 동안 입찰담합에 부과된 과징금 규모는 1조5천억원이 넘는다.

작년 건설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평균 4.8%로 하위권을 맴돌았다. 이마저도 주택경기가 살아나면서 개선된 수치다. 업황 부진과 함께 불공정 거래에 따른 제제가 몰리면 재무적으로도 흔들릴 수 있는 셈이다.







글로벌 건설사와 수주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업계의 자정 노력과 함께 정부와 발주처 등도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원은 "담합 사건들이 터지면 단기적으로 해외수주에도 영향을 줄 수 있고 검찰에서 지적한 담합의 이득 부분은 동의한다"며 "건설사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2010년대 초반 이전에 담합들이 성행했는데 영국에서도 약 7년간 300여건의 건설사 불공정 거래를 적발하기도 했다"며 "국제투명성기구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을 공공계약과 건설로 꼽은 만큼 공공 발주방식, 평가방식 등에서도 관행에 빠졌던 건설산업 전체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고 전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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