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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규 칼럼> 천조국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이성규 기자  |  s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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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7.08.11  08:2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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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인포맥스) 그간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때도 국내 금융시장은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북한 리스크'라는 것이 식상한 탓도 있겠지만, 국내 금융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 북한의 위협이라는 게 학습효과 때문이든 어떤 다른 이유에서든 현실과 동떨어진 남의 얘기쯤으로 받아들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천 배로 복수하겠다",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어 버리겠다", "짓뭉개 버린다" 등 조폭 영화에서나 들어 볼 수 있는 막말 수준의 북한 위협도 더는 금융시장의 변수로 작용하진 않았고, 시장참가자들이나 정부 관계자들도 별일 아니라는 식으로 대응하기 일쑤였다.

    지난달 말 북한이 미국 본토까지 날아가는 ICBM(대륙 간 탄도 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당일도 국내외 주식과 채권, 외환시장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주말이라는 이유로 통상적인 시장점검회의조차 열지 않았다.

    북한의 위협이 아닌 미국의 위협은 사정이 다르다. 천조국(연 국방비가 우리 돈으로 1천조원에 육박한다고 인터넷상에서 붙여진 미국의 별명)의 대통령 발언은 국내뿐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들을 충분히 움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참가자들뿐 아니라 당국자들도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8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한이 핵으로 또다시 위협하면 그동안 세계가 볼 수 없었던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이에 즉각 반응했다.

    9일 연속 오르며 연고점을 경신하던 다우지수는 이 시점을 시작으로 3거래일째 하락했고, 우리나라의 원화 자산도 약세로 돌아섰다. 코스피지수도 지난 9일 비교적 큰 폭의 조정을 받은 뒤 좀처럼 상승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북한의 도발 위협에 천조국 대통령이 반응할 때마다 국내외 금융시장은 출렁일 가능성이 크다. 더는 북한의 도발을 식상한 재료로 취급할 수 없게 됐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국내 금융시장의 안정이 중요할 때다. 정부는 집값을 잡아보겠다며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를 발표한 상태고, 세제개편에 이어 가계 주도 성장을 해보겠다며 여러 가지 경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9일에는 의료비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문재인 케어의 청사진도 내놨다.

    금융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 경제에 혈관과 같은 역할을 한다. 혈관이 막히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모든 경제 정책은 허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문재인 케어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북한 리스크가 관리 되지 않고 국내 금융시장이 흔들린다며 그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우리 정부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북한 리스크로 동요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외국인의 코리안 셀(Sell)이 본격화된다면 기초 체력이 탄탄하지 않은 국내 금융시장은 시스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주식시장에서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주가는 250만원을 넘나들며 코스피지수 상승에 견인차 구실을 했다. 삼성전자의 주요 주주는 외국인이다. 지분 절반 이상이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다. 외국인이 삼성전자만 내다 팔아도 코스피지수는 급락할 것이고 외환시장도 패닉이 올 것이 뻔하다. 선후를 달리해 북한 리스크에 환율이 급등해도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은 떠나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기획재정부나 금융위원회 등 국내 금융 정책을 책임지는 수장들은 가계 부채 문제나 세제개편, 부동산 가격 안정에 앞서 지금은 금융시장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때다. 금융시장이 붕괴하면 문재인 정부가 야심 차게 준비해 발표한 모든 경제, 의료 정책은 피워보지도 못한 꽃이 될 테니 말이다. (정책금융부 부장)

    sg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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