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신용카드사들이 과거 업계 입지를 측정하는 잣대로 중시했던 신용판매 점유율을 외면하고 있다.

결제 부문의 수익성이 저하돼 순위를 따지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한 결과다.

11일 금융감독원의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전업카드사의 신용판매 구매시장 점유율은 신한카드 19.7%, 삼성카드 16.4%, 현대카드 12.1%, KB국민카드 10.9% 순으로 높았다.

다음은 롯데카드 8.8%, 우리카드 8.0%, 하나카드 7.0%였다.

눈에 띄는 점은 상위 4개 카드사 중 현대카드와 KB국민카드의 점유율이 4년 전인 2012년의 13.7%와 12.0%에 비해 상당폭 하락한 것이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의 당시 점유율은 19.5%로 최근 수치와 큰 차이가 없었고, 삼성카드만 4년 전 14.7%에서 점유율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상승했다.

신용카드산업이 성장 국면에 있었던 2012년에는 각 카드사가 공격적 마케팅을 통해 경쟁적으로 신용판매 점유율 제고에 나섰다.

카드사의 본업인 신용판매에서 두각을 나타내면 상징적 차원에서 업권내 서열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제 부분의 수익성 저하가 지속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2012년 비씨카드를 제외한 7개 전업카드사의 카드구매실적 대비 가맹점수수료수익비율은 1.69%다. 이 비율은 2016년에는 1.50%로 떨어졌다.

내년 말로 예정된 원가 기반 수수료율 재산정 때 영세·중소 가맹점의 우대 수수료율이 추가로 인하될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도 나온다.

현재 영세 가맹점의 우대 수수료율은 0.8%, 중소 가맹점의 우대 수수료율은 1.3%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카드대출과 할부금융 등 부수 업무 영업규모를 확대하는 한편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특히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등 카드대출은 높은 수익성으로 인해 중요성이 갈수록 부각되고 있다.

업체별 현황을 살펴보면 현대카드는 최근 점유율 확대 경쟁을 지양하고 수익에 기여할 수 있는 고객을 중심으로 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KB국민카드는 2014년 정보유출의 영향으로 점유율이 떨어졌고, 이후 체크카드시장에서 구매실적 회복을 꾀하고 있다.

반면 삼성카드는 계열사 법인카드 실적 제고를 통해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판매로는 더는 수익을 낼 수 없다는 인식이 업계에 퍼져있다"며 "최근 가맹점 수수료 등과 관련한 정부 규제가 강화되면서 이런 인식이 더욱 강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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