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외환시장의 시선이 온통 북한과 미국의 '말 전쟁' 대치국면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에만 쏠려있다.

미국 기준 금리 인상의 가늠자로 여겨지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소비 등의 지표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감이 확연히 누그러지기 전까지는 여타 글로벌 이벤트 또는 미국 경제지표에 외환시장의 관심이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해외브로커들에 따르면 달러-원 1개월물은 지난 주말 1,142.75원에 최종 호가가 나왔다. 스와프포인트 등을 고려하면 서울외환시장 현물환 종가보다 0.45원 내린 데 불과했다.

NDF 달러-원 환율은 미 CPI 발표 직후 1,144원대 중반 호가에서 1,142원대 초반 호가로 순간적으로 내렸다가 곧바로 1,143원대를 회복했다.

부진했던 CPI에 달러-원 환율이 조금 반응했어도, 결과적으로 의미 있는 흐름을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판단했다.

달러-원 환율뿐만 아니라 달러-엔도 일시적으로 108.76엔까지 밀린 뒤, 서울환시 마감 무렵 109.19엔에서 거의 변하지 않은 채 뉴욕시장을 마감했다.

미국 CPI 상승폭은 시장 전망치 전월 대비 0.2%(전년비 1.8%)를 밑돈 0.1%(전년비 1.7%)로 나왔다.

CPI가 시장 예상치를 5개월 연속 하회하면서, 미국 경제가 금리 인상을 감당할 정도로 견고하지는 못하다는 분석이 강해지고 있지만, 외환시장은 이런 시선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

골드만 삭스는 미국의 12월 기준 금리 인상 확률을 60%에서 55%로 낮췄고,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미국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현재 미국의 금리가 적절한 수준"이라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외국계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당장은 북한 이슈가 메인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이 조용해지면 그동안 부진했던 미국 지표가 얘기되면서 달러 약세가 나타나지 않을까 한다"고 내다봤다.

이 딜러는 "특히 지정학적 리스크는 상황이 악화하지 않으면,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면서 롱스톱을 유발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주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부 외환딜러들은 국가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하기 때문에 달러-원 환율은 1,160원대까지 진입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연합인포맥스 국가별 CDS(화면번호 2485)에 따르면 우리나라 CDS는 69.77로, 중국 69.40보다 높아졌다. 지난 2013년 4월 우리나라 CDS가 중국을 밑돌기 시작한 이후 4년 4개월만에 처음이다.

다른 외국계은행 딜러는 "역외 투자자들이 1,150원대 아래에서 롱 포지션을 꺾을지 미지수"라며 "주 초반에 소폭 밀리더라도 주 후반으로 갈수록 상승압력이 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각국에서 외교적 채널을 통한 북미 갈등 문제에 대한 해법이 모색되고 있기 때문에 달러-원 환율의 상승세는 다소 주춤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지난 12일 전화통화로 북한 문제를 논의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안정 실현을 위한 공동 노력의 필요성에 대체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러시아-중국의 계획이 있다고 밝혔고, 한 외신은 미국과 북한의 외교관들이 몇 달씩 비밀 접촉을 해오고 있는 등 트럼프 정부 들어서도 대화 통로가 가동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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