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달러-엔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달 전 달러당 114엔을 상향돌파하며 저항선이 없을 것 같던 달러-엔 환율은 지난주말 장중 한 때 108엔 수준까지 내려섰다. 북한이 대륙간 탄도탄을 개발한 데 이어 미국 영토인 괌 주변 해역에 대해 조준 사격에 나서겠다고 위협하면서 달러-엔은 더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글로벌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엔화가 안전자산통화로서 지위를 재확인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북한이 걸핏하면 일본쪽으로 미사일을 발사하지만 엔화는 절상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를 반영하면서 오름세를 보이는 원화 등과 차별화된 행보다. 글로벌 안전자산인 달러화나 유로화에 비해서도 엔화의 절상폭이 유독 가파르다.







엔화의 움직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캐리트레이드를 감안해야 한다. 평화로운 시절에는 제로금리 수준인 엔화를 빌려서 신흥국 통화나 달러화 자산 등에 투자하는 캐리트레이드가 성행한다. 미국도 일본보다는 더 나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투자상품이 많아 캐리 트레이드의 대상국이 된다.

캐리트레이드로 나간 엔화자금은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하면 본국으로 환류한다. 위기가 강화되면 금을 찾는 투자 수요가 증가하는 논리와 닮은꼴이다. 투자자들은 위기가 깊어질수록 달러화보다 엔화를 더 선호한다.

일본 기관투자자들이 위기 국면에서 해외 투자자금을 본국으로 회수 할 것이라는 전망도 엔화 강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외에 투자된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이 일본 본국으로 환류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ed 이하 연준)이 당초 전망보다 비둘기파적인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도 엔화 강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연준은 가뜩이나 물가 관련 지표가 추가 금리 인상을 지지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북한 관련 리스크가 연준의 좁아지 입지를 더 옥죌 가능성도 있다. 달러화가 상대적으로 약해질 요인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 약세를 지지하면서 근린 궁핍화 정책을 쓰고 있다는 점도 엔화 강세의 부수적인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정부 부채가 국민총생산(GDP)의 230%에 이르는 일본의 엔화가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오히려 강세를 보인다는 점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취재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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