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문재인 정부가 취임 약 석 달 만에 내놓은 8·2 부동산 대책이 서울 집값의 방향성을 바꿨다. 보유세 인상 등 추가 대책까지 우려돼 하락세를 기다리는 실수요자가 확산 중이다. 전문가들은 극심한 눈치 보기가 이어지면서 차별화도 심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14일 한국감정원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8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주보다 0.03% 하락했다. 주간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평균값이 떨어진 적은 지난해 2월 마지막 주(-0.01%) 이후 75주 만이다. 특히 서울 강남 4구(서초·강남·송파·강동)를 포함하는 동남권은 0.11% 빠지며 하락세를 견인했다.

6·19 대책에도 오르던 서울 집값이 8·2 대책이 나오자마자 타격을 받았다. 정부는 8·2 대책 발표 이후 '집 가지고 장난치지 마라' 등 수위 높은 발언을 이어가며 투기 수요에 경고했다. 일부 시장참가자들은 보유세 인상도 시기 문제라고 여기며 주택 매매를 미루고 하락 베팅하는 상황이다.

8월 첫주의 모습을 이어가 이달 서울 집값이 전월보다 내려가면 1년 5개월 만에 월간 기준 방향성이 바뀐다. 당시(2016년 3월) 서울 매매가격지수는 0.01% 하락했다. 다만, 다음달 하락분을 그대로 되돌리며 상승세를 재개했다.

서울 집값이 연속으로 하락하던 시기는 2014년 5월까지 거슬러간다. 3개월 연속 하락하며 누적 0.19%가 빠졌다. 이전에는 2013년 6월에도 3개월째 하락을 겪었다.







2011년 6월로 가면 서울에서 지금과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발견한다. 2011년 6월부터 2013년 3월까지 22개월 연속으로 집값이 빠졌다. 이 시기에 누적 하락률이 8.97%다.

이보다 더 장기간 서울 집값이 부진한 적은 없었다. 금융위기 이후인 2008년 12월에 1.73%의 급락을 겪었지만, 장기적으로는 우상향의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집값 하락세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여정 한국감정원 주택통계부장은 "정부가 언제든지 추가로 대책이 나올 수 있다는 방향성을 보여줬고 다주택자들은 보유세 인상 등에서 위기감을 가질 수도 있다"며 "대책의 영향에 입주물량, 금리 인상까지 고려하면 한동안 집값이 올라가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더 세분화한 가격 차별화도 예상됐다.

이동현 KEB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재건축·재개발이 어려워져 투자성이 떨어지고 오피스텔도 효용가치가 낮아졌다"며 "기존 아파트 중에서 당장 사용 가능한 도심지 중소형 아파트가 강점을 보이면서 실수요자 관점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중에 흐르는 부동자금이 어디론가는 가야 한다"며 "상가나 지식산업센터 등 틈새 상품이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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