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의 차진섭 글로벌 회사채팀장이 프랑스계 증권사 서울지점 대표로 선임됐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차 팀장은 오는 8월말부터 크레디아그리꼴(CA)증권의 서울지점 대표로 자리를 옮긴다.

CA증권은 지난 2012년 중국계 중신증권에 자회사인 크레디리요네증권을 매각하면서 국내 증권업 라이선스를 반납했으나 지난해 10월 한국에서 철수한 로얄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증권을 인수해 증권업을 재개했다.

향후 CA증권은 DCM, FI세일즈 외에도 주식파생, M&A자문, 웰스매니지먼트 등으로 업무 영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차 팀장은 지난 1996년 한국은행에 입행해 국고부, 조사국, 국제통화기금(IMF) 서울사무소 등을 거쳤다.

이후 처음으로 한은을 떠나 2003년 삼성생명 자산운용부 해외투자파트 선임운용역으로 근무한다. 당시 그는 3년간 해외구조화 채권 투자 등을운용한 후 2006년 외자운용원으로 복귀해 회사채, 주택저당증권(MBS), 자산유동화증권(ABS), 물가연동국채(TIPS)등을 맡았다.

2002년부터 2012년까지 뉴욕사무소 운용데스크로 자리를 옮겼다 글로벌 회사채팀장으로 다시 돌아올 때 계약직으로 신분이 바뀌어 또 사표를 제출했다.

민간 금융기관을 오가며 회사채와 커버드본드 등에 대한 투자를 경험한 그는 보수적인 운용이 주를 이루던 외자운용원에 새 바람을 불어넣었다.

차진섭 팀장은 14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외환보유액을 운용하면서 팀원들한테 강조한 것이 우리는 방패보다 창 같은 역할을 하자는 것이었다"며 "미들오피스, 기획팀 등 리스크 관리하는 방패는 많지만 투자영역을 확대하고, 진취적이 업무를 하는 사람들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환보유액 운용 원칙인 안전성, 유동성, 수익성 중에 수익성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춰왔다고 설명했다.

차 팀장이 2006년부터 11년간 외자운용원에서 근무하는 동안 외환보유액 투자영역은 더욱 넓어졌다.

금융채 중심의 투자에서 일반 회사채로, 신용등급도 완화했다. 투자 범위를 넓히기 위해 크레딧 리서치 역량을 축적하면서 일반 회사채, A등급 커버드본드, 신용파생상품 등으로 점점 운용 범위가 넓어졌다. 세 명으로 출발했던 회사채 팀은 어느덧 6명으로 늘어났다.

"처음에는 정호석 현 상해주재원 부국장, 손병노 현 씨티은행 상무 등이 함께 번갈아가며 야간 근무를 했어요. 밤도 많이 샜죠. 지금도 MBS,회사채 거래하려면 미국 시간대에 일을 해야 하는데 운용 경험을 갖춘 해외 데스크가 생기면서 부담이 좀 줄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회사채 운용으로 일궈낸 외환보유액 수익도 점점 불려갔다.

"첫 두 해는 포트폴리오 구축하느라 힘들었지만 이후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돈을 풀면서 유동성이 많아졌고, 갈 곳 없는 유동성이 일드 높은 상품에 몰리면서 회사채 수익이 높아졌어요. 시장 상황이 도와주면서 회사채 운용수익도 점점 늘었죠"

하지만 차 팀장은 '시장을 두려워하라'는 원칙을 잊지 않는다. 그는 "성과가 좋았다는 건 그만큼 리스크를 더 테이킹했다는 뜻"이라며 "시장과 다른 어떤 액션을 취해 운 좋게 성과가 좋았다 해도 시장은 한순간에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긴축 기조로 돌아서면서 투자 여건이 바뀌고 있다.

차 팀장은 "앞으로는 주식을 포함한 위험자산 수요가 점차 감소할 것"이라며 "한가지 희망이 있다면 중앙은행들이 급격하게 긴축을 해서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으려 할 것이라는 점이지만 2009년 이후 지속해 온 위험자산 랠리를 다시 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 팀장은 "채권은 이제 너무 비싸고, 주식도 너무 올랐다"며 "부동산, 대출, 각종 구조화상품이 그나마 더 랠리를 보일 수 있는데 제일 중요한 것은 유동성"이라고 짚었다. 이어 "채권, 주식은 시장이 안 좋아지면 팔면 되지만 대체투자는 수익이 안 좋아지면 회수가 오래 걸린다는 것이 단점"이라고 덧붙였다.

한은 외자운용원의 가장 큰 강점으로는 정보수집 능력을 꼽았다.

그는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전세계 7위 수준이고, 이를 기반으로 한 외자운용원의 정보수집 능력이 매우 좋다"며 "이를 잘 활용하면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역할 뿐 아니라 국내 다른 부문, 통화신용정책이나 금융안정 등에도 크게 기여할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차 팀장은 이번에 세번째 사표를 냈다.

그는 "어느 국장님 말씀대로 때맞춰 분갈이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며 "바이사이드에서 보다 셀사이드에서 보면 금융시장에 대한 새로운 부분을 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담담히 말했다.

새로 몸담을 회사인 CA증권에 대한 기대도 크다.

그는 "프랑스계 기관인데 공통으로 강조한 부분이 단기 성과에 얽매이지 않고, 중장기적인 한국 시장의 성장성을 보고 싶다는 점"이라며 "한국 기관투자자들의 해외투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고, 한국 금융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글로벌 투자은행과 국내 기관투자자가 상생하는 기회를 찾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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