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창헌 기자 = 북한 발(發) 리스크가 국내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을 위협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왔다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국내 펀더멘털이나 외국인 수급 등을 고려했을 때 최근 가격 조정으로 저가 매수가 가능한 영역에 왔다는 분석도 나왔다.

14일 코스피는 오전 10시48분 현재 전일보다 12포인트가량 오른 2,330선에 거래되고 있다. 북한발 리스크가 불거진 이후 5거래일 만에 반등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반등은 아니라고 진단하면서도 저가 매수가 가능한 구간에 왔다는 점에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북핵 리스크로 시장이 어지럽지만, 몇몇 인디케이터로 판단할 때 하락은 이미 8부 능선까지 진행됐다"며 "하루 이틀 정도 변동성 확대가 이어질 수 있지만, 12개월 기준 주가순자산배율(PBR) 1배인 2,300선이 유의미한 지지선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선 수급 요인이다.

외국인이 대규모로 주식 매도세를 보였지만, 전문가들은 전기전자(IT) 대형주에 매물이 몰린 점에 주목하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달 24일 이후 3조3천억원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몰린 물량만 3조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금융과 철강은 각각 2천240억원, 1천560억원 순매수를 보였다.

특정 업종과 특정 종목에 외국인 매물이 지나치게 몰려 있다는 점에서 대북 리스크만으로 외국인 매도가 나오는 것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한국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소폭 상승하긴 했으나 대북 리스크를 온전하게 반영하는 것으로 생각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외평채 가산금리도 큰 변화가 없다. 특히 북한의 최대 우방국인 중국 위안화 환율이 초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점도 대북 리스크 확산이라 보기 어려운 부분이다.

박소연 연구원은 "최근 시장 하락은 8개월 연속 별다른 조정이 없어 차익실현 욕구가 커진 상황에서 대북 이슈가 가세하며 원화가 약세로 전환했기 때문"이라며 "한국 변동성 지수인 VKOSPI는 장중 20선을 넘겼고 미국의 VVIX 등 변동성 파생 지표는 역사적 최고 수준으로 바닥권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BNK투자증권도 대북 이슈 등장 이후 증시는 큰 조정을 받았지만, 외환시장과 채권시장이 비교적 안정적이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국가 위험이라면 달러-원 환율과 금리가 폭등하고 국가 부도위험을 대변하는 CDS 역시 급등해야 하지만, 이런 모습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동필 연구원은 "지금까지 추정할 수 있는 기업 이익 만으로도 시장의 안정성은 충분히 확보될 수 있는 수준이다"며 "대외 리스크를 가볍게 볼 사안은 아니지만, 이 문제는 소나기에 가깝지 장마로 보기에는 우리 증시가 가지고 있는 기초 체력이 단단하다"고 평가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대북 리스크 관련 뉴스 플로우로 시장 변동성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이미 PBR 1배 수준에 근접한 지수 레벨을 생각하면 현 시점에서의 매도 대응은 매력적이지 않은 대안이다"며 "대북 리스크 완화시 양호한 펀더멘털을 기반으로 빠른 반등 국면이 출현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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