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채권시장 일부에서 제기되는 거품 논쟁에 강한 반박성 의견이 제기됐다. 과거 채권거품 붕괴와 현재 상황이 다른 점으로 시장의 수급과 인플레이션, 트레이더들의 거래 능력 등이 지목됐다.

모기지뉴스데일리(Mortgage News Daily)의 매튜 그라함 COO는 11일(현지시간) CNBC를 통해 "채권시장 거품 붕괴를 우려하는 사람들은 지난 70년대와 80년대 기억에 사로잡힌 희생자들"이라며 "지금은 몇 가지 요소에서 다른 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980년대 초반 미국 10년물 금리는 일시적으로 약 15%를 넘어선 적이 있다. 과거 금리급등의 기억이 최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속에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게 그라함의 설명이다.

실제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은 시장의 붕괴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현재 금리 수준은 비정상적으로 낮고, 갈 수 있는 방향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그라함은 이를 두고 최근 사건이나 정신적 외상으로 가장 쉽게 기억되는 사건에만 너무 많은 중요성을 부여하는 '가용성 추단법(availability heuristic )'에 비유했다.

그라함은 "그린스펀조차 10년물이 15%로 급등하리라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겠지만, 과거의 기억은 그의 관점을 흐리게 할 것"이라며 "그린스펀은 10년물 금리 5~6%까지 충분히 예상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다만, 더욱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에게 그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평생동안 그런 수준의 금리는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Fed 자산 축소와 시장 수급

그라함은 우선 미국 의회의 부채한도 증액 이슈가 시장의 수급을 악화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서 "연준이 보유자산을 줄이며 공급보다 수요가 심하게 줄어들 것이란 우려에도 심각한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4조5천억달러에 달하는 연준의 보유자산을 금융위기 이전인 1조달러 미만까지 줄일 것이란 비현실적인 우려가 시장의 공포를 키우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최근 의회 증언에서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보유자산이 1조달러 밑으로 떨어진다는 논란을 일축했다. 지난달 제롬 파웰 연준 이사는 보유자산이 2조5천억달러에서 3조달러 이하로는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예상했다.

또한, JP모건은 지난 5월 연준 자산이 오는 2021년까지 3조달러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추측했다.

그라함은 "JP모건이 자산 규모를 너무 높게 잡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것도 4조5천억달러에서 33%가 줄어든 수준"이라며 "만에 하나 보유자산이 1조달러 미만으로 떨어진다면 금리는 처음에는 튀어 오르겠지만, 결국 경제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유자산의 급격한 축소에 금리가 처음에는 상방 압력을 받겠지만, 경기 우려가 커지며 금리 상승폭도 제한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이어서 "투자자들은 연준이 촉발하는 주식시장의 대규모 매도 시점을 기다리기도 한다"며 "주식시장에서 쏟아져나온 자금들은 안전한 곳을 찾게 되고, 채권금리는 이상적인 위치로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 과거와 현재의 물가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막연한 상승 기대 심리를 가질 필요가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와 같이 임금이나 저축 등이 꾸준히 오를 것이라는 희망 섞인 개념으로 물가 상승을 유도할 수는 없다"며 "20% 수준의 금리로 집을 사던 시대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채권거품을 논하는 이들은 과거의 물가 번영에 대한 이상적인 이미지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라함의 설명이다.

◇ "트레이더가 바보는 아니다"

그는 "10년물 금리가 이번 연말 3%까지만 진입하더라도 나는 기절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트레이더는 바보가 아니라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라함은 "채권 트레이더는 우리가 어디에 있고, 연준이 보유자산을 어떻게 감축할 것인지 자세하게 알고 있다"며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긴축 전환도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러 금리 상승 요인을 시장이 충분히 인지하고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는 게 그라함의 진단이다.

그는 "거품론자들은 시장에 이런 요인이 반영됐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며 "실제 연준의 방아쇠가 당겨지면 더 많은 고통을 겪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편, 미국 10년물 금리는 연초 2.4% 후반대에서 출발한 뒤 점차 하락하며 현재 2.2% 수준에 머물고 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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