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반도체에 대한 지분을 고집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후 도시바 반도체 매각이 표류 중이다.

SK하이닉스는 당초 융자 형태로만 컨소시엄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분으로 변환할 수 있는 전환사채를 요구하고, 이런 고집을 꺾지 않음에 따라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도시바 경영진의 반대에 부딪혔다.

14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츠나가와 사토시 도시바 최고경영자(CEO)는 SK하이닉스가 포함된 일본산업혁신기구(INCJ) 주도 컨소시엄과 최종 매각 조건에 합의하지 못함에 따라 웨스턴디지털(WD) 컨소시엄이나 대만의 폭스콘 등과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지난주 밝혔다.

이날 한 외신 보도에 따르면 매각 대금 결제 시기와 지배구조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면서 INCJ 컨소시엄과의 협상이 표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베인캐피털은 도시바가 웨스턴디지털과 분쟁을 해결한 후에 대금 지급을 원하고 있지만, 도시바는 이에 앞서 대금을 받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도시바는 지난 10일 올해 3월로 끝난 회계연도에 대한 연례보고서를 제출하고 미뤘던 결산을 발표했다. 회계감사를 담당하는 PwC 아라타가 이 보고서에 '한정 적정' 의견을 제시하면서 당분간 상장 폐지는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도시바는 반도체 매각을 내년 3월까지 완료해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면 상장 폐지를 피할 수 없다.

도시바가 당장 상장폐지를 모면했으나 반도체 매각 방향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대금 결제 시기뿐만 아니라 SK하이닉스가 전환사채를 받는 형태로 자금을 제공하겠다고 고집하는 것도 문제다. 반독점 규제나 반도체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정부의 반대에 부딪힐 수 있어 도시바도 이런 옵션을 선뜻 찬성할 수 없다.

SK하이닉스의 대주주인 SK텔레콤의 박정호 사장은 도시바 반도체 협상을 책임지고 있으며, 의결권을 가지지 못하면 SK텔레콤 이사회가 대규모 투자를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투자은행인 RBC 캐피털매니지먼트는 도시바 CEO가 폭스콘이나 웨스턴디지털과 협상에 나서고 있다고 밝힌 것은 INCJ와 베인캐피털, SK하이닉스 컨소시엄과의 매각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도시바 경영진이 내년 3월까지 도시바 반도체 매각이 가능하다고 언급하고 있지만 이같은 시기를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합작사인 웨스턴디지털과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는 것이 '가장 논리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도시바 경영진마다 매각에 대한 견해차가 커서 어느 한쪽으로 해법이 모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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