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지점 80%를 폐쇄하는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이 은행권 최고 연봉을 받은 사실이 논란이 되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 행장이 올해 상반기에 수령한 보수는 10억8천100만 원에 달했다. 급여는 2억4천만 원, 상여금은 8억4천100만 원이다.

국내 금융지주 회장·은행장의 평균 연봉 5억8천만 원의 두 배 가까이 된다.

이연된 현금보상 4억7천만 원과 주식 보상 6천973주는 포함되지 않은 수치로, 이를 모두 합하면 20억 원이 훌쩍 넘는다.

박 행장의 급여는 윤종규 KB금융 회장(4억 원),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3억9천만 원), 이광구 우리은행장(3억2천500만 원) 등 대부분 CEO보다 적었으나 상여금이 은행권에서 가장 많았다.

말 그대로 경영성과가 좋아 성과급을 많이 줬다는 얘기다.

박 행장의 상여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억8천200만 원 늘었다.

씨티은행 측은 "자본 적정성을 나타내는 BIS비율이 시중은행 중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우수한 자산 건전성 유지와 대손 비용을 목표보다 낮게 관리했다"고 상여금 지급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급변하는 금융산업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은행의 장기적인 전략을 제시하고 단계적인 절차를 이행했다"며 "디지털·모바일을 통해 비즈니스 혁신을 이끌고, 내부통제 체계를 강화해 최고의 윤리의식을 바탕으로 한 조직문화를 발전시킨 리더십 등을 고려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비용 절감 및 영업 효율화 일환으로 대규모 지점 통폐합을 추구하는 상황에서 고액 성과급 지급이 과연 타당한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점 찾기가 어려워진 일반 고객과 자금이탈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에서 CEO의 성과가 과대 평가되지 않았냐는 얘기다.

씨티은행은 오는 10월까지 전국 지점 126개 가운데 90개를 폐점할 계획이다.

씨티은행 상반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천171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6.9% 증가했지만, 올 3월 점포 통폐합 발표 이후 2분기만 보면 지난해보다 12.7% 줄었다.

분기 순익이 줄면서 총자산이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도 각각 0.03%포인트와 0.53%포인트 감소했다.

6월 말 기준 예수금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25조2천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2% 감소했고, 총자산도 50조2천971억 원으로 2조5천648억 원 줄었다.

직원들도 불만이 많다.

작년보다 임금 수준이 나아진 게 없을 뿐 아니라, 지점 폐쇄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상반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씨티은행 정규직원 수는 3천365명으로 작년 말(3천387명)보다 22명 줄었고, 1인당 평균급여는 5천만 원에서 4천900만 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씨티은행의 한 관계자는 "임금 인상률은 갈수록 낮아지고 점포 통폐합으로 직원 배려 없이 업무 재배치가 이뤄지는 등 내부 분위기가 좋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행장의 은행권 최고 연봉 소식이 달갑게 느껴지진 않는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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