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기자 =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212조원 가량의 자금을 맡긴 위탁 자산운용사 전면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작년 쏠림현상 개선을 위해 한시적으로 도입했던 벤치마크(BM) 복제 지표를 폐지하고 정성평가를 도입한 후 처음 이뤄지는 실사여서 여의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2주전께부터 위탁운용사 전수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민연금기금 자금을 조금이라도 받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는 모두 실사 대상이다. 60곳이 넘는다.

기금운용본부는 3월 말 기준 212조7천억원을 위탁으로 운용하고 있다. 작년 말 대비 4조1천억원이 늘어났다. 위탁운용 자산 가운데 주식이 110조7천468억원으로 가장 많고 채권과 대체투자가 각각 47조862억원, 54조8천917억원 순이다.

기금운용본부 위탁운용팀은 한 자산운용사당 2시간 가량 실사에 나섰다. 최고투자책임자(CIO)와 국민연금 자금 담당 펀드매니저는 물론 리서치팀, 컴플라이언스팀 등과 면담을 했고, 운용사의 포트폴리오 외에 경영 전반까지 모두 들여다봤다.

통상 국민연금기금 위탁운용팀은 상반기, 하반기로 나눠 위탁운용사 실사에 나서는데, 이번에는 실사 강도가 좀 더 세다는 후문이다.

작년 논란이 됐던 BM 복제와 같은 정량적 기준이 없어진 반면 포트폴리오 일관성, 종목 리스크 집중도 등 질적 평가 지표 등이 강화돼 정성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운용 철학을 강조하는 기금운용본부는 스타일 변화와 담당 펀드매니저 등을 집중 분석했다.

특히 내년부터 국민연금기금을 운용하는 펀드매니저가 교체될 경우, 위탁 자금의 15%를 빼고 평점에서 마이너스를 주겠다는 방침이어서 자산운용사들의 긴장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내에서도 국민연금기금 운용 스타일이 다른 자금을 운용하면 담당 펀드매니저는 다른 사람이 해야 한다.

대형 자산운용사는 국민연금기금 위탁 자금만 조 단위에 이르는 만큼 펀드매니저 이동에 천억원 단위의 자금 유출이 있을 수 있다. 국민연금 위탁운용을 맡은 펀드매니저는 110명 가량인 것으로 자산운용업계는 추산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빠른 속도로 운용 자금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민연금기금이 위탁운용 비중을 늘리겠다고 밝힌 만큼 위탁 자금 경쟁은 여전히 치열할 수밖에 없다"며 "실사 결과가 향후 위탁 자금 규모를 결정하는데, 운용 철학과 스타일 일관성, 종목 분산과 집중도, 손실 가능성 등 평가 지표가 더 복잡해졌고, 매니저 교체 등 벌점 요인도 많아져 이번 실사에 자산운용사들이 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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