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문재인 정부 취임 초기 국내 금융시장은 '허니문'을 누렸지만, 북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급부상하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북 리스크가 불거지기 이전에는 새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등을 통한 경기 부양 기대와 배당확대 등 주주 친화적인 정책기대 등이 더해지며 국내 증시는 큰 폭 상승했다. 금리와 환율도 안정적 흐름을 유지했다.

7월 말 이후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는 주가가 급락하고, 금리와 달러-원 환율이 급등하는 불안감을 노출하고 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16일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의 효율적인 관리는 물론,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에서의 국내 금융시장의 안정적 관리 등 '본 게임'이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강렬했던 허니문…北 리스크에 급반전

문 대통령 취임 100일 동안 금융시장 중 증시가 단연 눈에 띄는 흐름을 보였다.

취임 전인 5월 8일 2,292.76을 기록했던 코스피는 지난 14일 2,334.22로, 1.8% 오르는데 그쳤다.

하지만 북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기 전에는 2.453.17(7월 25일)까지 상승했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고점까지 상승률은 약 7% 달한다.

코스피는 수년간 2,000 부근에서 추가 상승이 막히면서 '박스피'란 오명을 썼지만,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랠리를 보였다.

이 기간 미국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가 4.1%(11일 종가 기준) 상승했고, 일본 닛케이 225는 오히려 1.6%가량 하락했다. 대만 가권지수는 3% 정도 올랐다.

글로벌 주식시장 강세와 동반되기는 했지만, 국내 증시의 상승 강도가 더 셌던 셈이다.

전문가들은 문 정부의 추경 등 경기 부양 기대 등이 주가 상승에 탄력을 더한 것으로 평가했다. 스튜어드십코드 추진 등 지배구조 개선 정책도 배당 수익 기대를 키우며 주가 상승에 일조했다.

금리와 환율도 문 대통령 취임 이후 북한 리스크가 고조되기 이전까지는 대체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국고채 금리는 3년물 기준 1.707%에서 전 거래일 1.802%지 올랐다. 장기물은 30년물 국고채 금리는 2.406%에서 2.345%로 소폭 하락했다.

국고채 금리는 7월 말까지 보합권 흐름을 유지했지만, 8월 북한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큰 폭 올랐다.

달러-원 환율은 1,131.40원에서 1,139.70원으로 소폭 올랐다.

국내 증시 및 채권시장에서의 외국인 자금은 취임 초기 순유입 기조를 이어갔다. 다만 증시에서는 최근 북한 리스크 고조 이후 소폭 순유출로 전환됐다.

외국인은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전 거래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1천800억 원을 순매도했다. 북핵 리스크가 본격화된 8월 이후 순매도 금액만 1조6천억 원에 달한다.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보유 잔고는 98조 원에서 100조4천억 원가량으로 2조 원가량 늘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신용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5년물 기준 57.37에서 70 부근까지 급등했다. CDS 프리미엄은 문 대통령 취임 이후 6월 말에는 50선을 밑도는 등 안정됐지만, 8월 들어 수직으로 상승했다.

◇새 정부 과제 확인…본 게임 시작

문 대통령 취임 이후 금융시장이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흐름을 나타냈지만, 최근 움직임만 보면 상황이 확연히 다르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을 연달아 시험 발사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로 대변되는 강경 발언으로 대응하자, 국내 금융시장은 극심한 불안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 따른 주식 및 채권시장의 긴장감도 작지 않다.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직후인 지난 3일 코스피는 1.6% 하락하기도 했다.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극약 처방까지 사용할지 모른다는 인식이 형성되면서 단기물 중심으로 금리 상승세가 거세지기도 했다.

최근 금융시장 움직임은 문 정부가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예측불허의 북-미 정상 사이에서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는 언제든 고조될 수 있는 요인이다. 특히 트럼프 정부 이후 북한의 도발에 대한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이 한층 높아졌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기틀을 마련하지 못하면, 우리 금융시장은 북한 리스크를 시한폭탄처럼 안고 가야한다.

금융시장의 한 관계자는 "과거 핵실험에도 무덤덤하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한국 투자 축소를 심각하게 논의하는 분위기"라면서 "지정학적 리스크 관리가 금융시장 안정에도 무엇보다 중요한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로 국내 시중금리 상승도 불가피한 상황인 만큼 금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핵심 과제다.

시중금리의 가파른 상승으로 이미 1천400조에 육박한 가계부채의 뇌관이 폭발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면서도 유동성을 흡수해 부동산 시장의 거품도 해소해야 한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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