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문재인 정부가 오는 17일 출범 100일을 맞는 동안 서울채권시장은 금리 상승 압력에 노출됐다.

16일 서울채권시장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후 100일 동안 국고채 3년물은 9.5bp 올랐고, 10년물은 5.9bp 상승했다.

정부가 내놓은 재정확대를 통한 일자리·복지 정책 등이 가시화되면서 향후 국고채 공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 시행이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늦출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고려 사항 중 하나가 금융안정이기 때문이다.

북한 리스크에 따른 외국인 매매동향은 채권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 北 리스크 점증…외인 이탈 주목

북한은 지난달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성공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외국인은 한국 주식시장과 국채선물 시장에서 매도 우위를 보였다.

외국인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14일까지 코스피에서 1조8천640억 원가량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동안 3년 국채선물은 6만3천478계약, 10년 국채선물은 8천449계약을 팔았다. 채권 현물은 약 4천억 원 순매수에 그쳤다.

북한 리스크로 달러-원 환율도 11거래일 동안 20원이나 올랐다. CDS 프리미엄도 67.20으로 미사일 발사 이후 10포인트나 오르면서 연중 최고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서울채권시장은 외국인의 국채선물 매도 외에 현물시장에서도 채권 매도가 나타나는지 계속 주목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당국이 북한 리스크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북한 리스크가 현실화되지 않는 한 당국의 행보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증권사 채권 딜러는 "북한 리스크는 매일 상황이 달라지고 있어서 정부의 대응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미지수다"며 "당국은 시장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의견 외에 실질적인 움직임을 보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 文 정부의 일자리·복지…채권 발행으로 연결

정부는 집권 5년 동안 정부 지출 증가율을 연평균 5~7% 수준으로 늘려 경제성장률을 보다 높게 유지하기로 했다. 그동안 균형재정과 재정 건전성을 내세웠던 재정운용 방향을 완전히 바꾼 셈이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 시행되려면 막대한 재정이 필요하고, 결국 국고채 발행을 통해 재원을 조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정부는 세수를 늘려서 국정 운영을 위한 재원을 조달하겠다고 하지만 결국 국채발행은 늘리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내년 국고채 발행 규모가 올해보다 많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채권 딜러는 "문 정부가 아니어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인데, 정부의 정책 기조와 맞물리면서 재정확대가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 집값 잡기 전쟁에 나선 정부, 한은의 선택은

최근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에 채권시장이 화들짝 놀랐다. 이 관계자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등이 압력을 행사해 기준금리를 낮추면서 일부 부동산 버블 등의 부작용도 발생했다"며 "개인적으로는 금리가 낮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물론 기준금리 인상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고,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금리 정책을 사용하기는 어렵다고 부연했지만, 채권시장은 이 발언이 계속 회자하면서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가격에 급하게 반영하게 됐다.

정부는 8·2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투기 과열을 끝까지 잡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확인했다.

그런데도 채권시장은 집값이 잡히지 않을 경우 한은이 결국 금리 인상이라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나오기 전부터 예고됐던 한은의 통화정책 변화와 가계부채 이슈 재점화는 금리 인상의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고 시장참가자들은 진단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경제여건 등 다른 변수와 겹치면서 중복되는 목적 중에 하나라면 이해가 되지만, 부동산 자체가 금리 인상의 명분이 되기는 어렵다"며 "경제지표 개선이 좀 더 확인된 이후에나 가능할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산가격 대응이 중앙은행의 정책 영역은 분명하지만, 이것만 보고 정책을 하기에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syj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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