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문재인 정부가 오는 17일 취임 100일을 맞이하게 됐으나 서울외환시장에서 당국은 여전히 '스텔스' 모드다.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 이슈가 지속한 가운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압박이 강해지면서 당국의 운신 폭도 제한되는 양상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현안간담회에서 북한발 시장 변동성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도 큰 변동성이 나타나지 않는 한 당분간 시장에 맡겨두겠다고 한 발짝 물러서기도 했다.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정권 초반 당국의 존재감이 크게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최근 당국이 환시 개입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통상과 환율 등 예민한 이슈들에 대응할 필요가 커진 데다 수급상으로 자율 조정되는 부분도 적지 않다고 진단했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달 27일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성명이 비둘기파 적으로 해석된 영향으로 급락해 4개월 만에 연저점인 1,110.50원까지 내려섰다.

하지만 당국의 실개입은 제한됐다. 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레벨 하단에서 당국으로 추정되는 R비드(천만달러 이상 주문) 경계로 일부 하락폭을 만회하기도 했지만 추가 하락이 제한되는 정도에 그쳤다.

한 외국계은행 외환딜러는 "당국 개입을 지난해보다 최소화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환율보고서 등 미국에서 당국을 관찰하는 부분도 있고 수출업체 네고 물량 등 수급상으로 조절이 되는 부분도 있어 실개입 물량이 눈에 띄게 나오진 않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달 달러-원 환율이 연저점 부근까지 내려섰을 때도 당국의 움직임은 스무딩에 그쳤다고 본다"며 "워낙 미국의 스탠스가 강경해졌고 FTA 재협상 등 대외적 요인이 변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대외 변수에 따라 달러-원 환율이 1,110~1,150원 레인지를 벗어나지 않는 한 당국의 움직임은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른 외국계은행 외환딜러도 "달러-원 환율의 '빅 피겨(큰 자릿수)'가 바뀔 때마다 조금씩 당국 개입으로 추정되는 물량이 나오긴 하지만 강도가 강하지 않다"며 "특히 매수 개입은 환율 보고서 등 이슈로 소극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보니 달러-엔이나 유로-달러 등 주요국 통화에 연동하면서 변동성 속도를 제한하는 정도에 그친다"고 말했다.

가장 최근 당국의 존재감이 크게 드러난 것은 지난해 2월이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대남 테러'를 위한 역량 결집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자 역외 시장 참가자들은 대거 원화 자산 매도에 나섰고 달러-원 환율은 1,230원대까지 치솟은 바 있다.

이에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공동으로 구두 개입에 나서면서 장중 1,239.60원까지 급등했던 달러-원 환율은 1,220원대 후반까지 물러선 바 있다.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현재 북한과 미국 간의 긴장이 유지되는 한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달러-원 환율의 급등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보고 있다.

당국이 전면에 나설 가능성은 얼마든지 남아 있는 셈이다.

한 수출업체의 외환 담당자는 "네고 물량을 낼 만한 환율 레벨인가를 가늠할 때 당국의 스탠스를 매우 중요하게 보고 있다"며 "북한과 미국 간의 긴장이 현재는 일부 완화됐지만 한국 내 외국계 은행들이 한국 전쟁 시 '컨틴전시 플랜(상황별 대응계획)'까지 세우는 등 이전까진 다른 모습을 보여 당국도 북한발 시장 영향을 주시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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