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북한 리스크가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8월말 예정된 잭슨홀 심포지엄에 서울외환시장 참가자들의 시선이 이동하고 있다.

잭슨홀 심포지엄은 오는 24~26일(미국시간) 미국 캔자스시티 연방은행 주최로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다.

이 회동은 각국의 중앙은행 고위 관계자들과 경제학자들의 연례 모임으로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발표 등이 이뤄지면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16일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잭슨홀 회동에서 긴축을 시사할 것으로 예상할 경우 글로벌 달러 방향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 리스크가 서울환시의 돌발 변수로 자리 잡은 가운데 유럽 긴축으로 달러화 방향이 바뀔 경우 달러-원 환율도 연동될 가능성이 크다.

◇ECB 긴축시사, 미국 12월 금리인상 희석 가능성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유럽의 긴축 가능성은 기정사실화되고 있지만 금융시장의 혼란을 야기할 정도의 강력한 긴축 신호는 없을 것으로 봤다.

미 연준을 비롯해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긴축 기조에 따른 시장의 충격을 고려해 '점진적인 선회'를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ECB가 테이퍼링을 시작하는 반면, 미국은 연말 금리인상 기대가 희석된다면 유로 강세, 달러 약세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여지가 있다.

미국은 지난주 소비자물가(CPI) 부진으로 연내 금리인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불거지고 있다.

유로-달러 환율은 긴축 가능성에 1.19달러대까지 급등한 후 1.17달러대로 조정받은 상태다.

A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유럽의 긴축에 무게가 실린다면 유로화만 차별화된 강세를 보일 수 있다"며 "유럽 국채수익률이 오르고, 미국채 수익률도 연동된다면 달러 약세가 제한될 수 있지만 엔화도 연동되면서 유로만의 나홀로 강세도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경우 유로 강세에 서울환시의 달러화 흐름이 연동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럽, 추가적인 강력 긴축 신호 없을 가능성

드라기 총재의 강력한 신호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유로화가 현 수준에서 추가 강세를 보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우세하다.

유로화는 어느 정도 클라이막스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미 드라기 총재의 긴축 시사는 유로-달러 환율에 반영된 셈이다.

추가적인 긴축 이슈가 불거지지 않는다면 유로 강세에 따른 달러 약세 흐름도 점차 약해질 수 있다.

만약 달러 강세 흐름으로 돌아선다면 서울환시에서는 북한 리스크와 합쳐지며 달러화 하단을 떠받칠 가능성을 열어둘 만하다.

B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잭슨홀 심포지엄에 시장의 시선이 집중되면서 오히려 마리오 드라기 ECB총재가 강력한 신호를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며 "긴축 시사 발언이 나오면 유로 강세, 달러 약세가 지속할 수 있지만 최근 유로 강세가 심화된 상태에서 추가적인 긴축 이슈가 없다면 유로 약세, 달러 강세 요인이 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유로화 포지션 정리 가능성

종전의 유럽 긴축 스탠스에서 별다른 진전 없이 유로화에 충격이 나타날 가능성도 열어둘 만한 시나리오다.

그동안 ECB의 긴축 시사에 강세 행진을 펼쳐온 유로화가 잭슨홀 회동을 전환점으로 다시금 약세로 전환될 수 있어서다.

유럽 긴축에 대해서는 이미 예고편이 상당 부분 이뤄진 터라 시장 포지션이 유로 롱으로 다소 기울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 경우 유로화 롱포지션이 정리되면서 일제히 유로 약세, 달러 강세로 바뀔 수 있다.

유로화 포지션 정리의 충격이 서울환시에서도 다소 반영될 수 있다.

김두언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유로-달러 환율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연말까지 횡보 또는 강보합 상태를 보일 수 있다"며 "드라기 ECB총재가 시장에 이미 긴축 가능성을 노출한 상태에서 ECB의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를 고려하면 기존의 입장을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장 컨센서스가 과도하게 긴축 쪽으로 기울어 있어 유로-달러 환율 포지션 정리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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