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첫 인터넷 전문은행인 케이뱅크의 돌풍이 여전하다.

출범한지 두 달 만에 여신과 수신 목표액을 채우면서 '잘 될까'라는 금융권의 우려를 완전히 씻어냈다는 평가다.

하지만 증자에 난항을 겪으면서 향후 대출 영업을 위한 종잣돈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확보를 제약하는 은산분리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여전히 잠자고 있어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여ㆍ수신 금액은 지난 6일 기준으로 4천400억원과 4천800억원을 기록했다. 가입자는 35만 명을 넘어섰다.

케이뱅크는 지난 4월 출범하면서 올해 안에 실거래 고객 40만 명과 여신 4천억 원, 수신 5천억 원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사실상 출범 두 달 만에 목표치를 거의 채운 셈이다.

◇실적 좋은 데 커지는 고민

이러한 호실적에도 케이뱅크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여신 규모가 목표치를 넘어섰지만 종잣돈인 자본금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케이뱅크의 자본금은 2천500억 원인데, 예대율은 이미 90%를 넘어섰다.

케이뱅크가 대출을 더 늘리기 위해서는 일단 수신 규모를 더 키우는 수밖에 없다.

현재 수신은 비교적 좋은 편이다. 우대금리를 제공하면서 시중은행 최고 수준인 연 2.0%의 금리를 제공하는 '코드K 정기예금'은 지난 9일 7회차 모집을 시작했다.

회당 200억 원씩 모집하는 이 예금상품은 그간 특판 시작과 함께 매 회차 완판되며 금융권에서 회자됐다.

수신으로만 급증하는 대출 수요를 맞출 수는 없다.

특히 케이뱅크는 오는 8월부터 시중은행보다 낮은 금리의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선보일 예정인데 곳간을 채울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은산분리 숨은그림 찾기

케이뱅크는 올해 정기국회에서 은산분리 완화를 담은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안'이 통과하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당장은 속앓이만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여전히 은산분리 완화와 관련해 뚜렷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지난 5일 열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김동연 부총리는 서면답변을 통해 "(은산분리) 취지가 훼손되지 않으면서도 부작용이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국회와 관계부처 등과 합리적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나마 케이뱅크가기대하는 대목이다.

중금리 대출을 중심으로 인터넷 전문은행을 활용하는 고객 수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도 케이뱅크가 믿는 구석이다.국회가 현실을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가 확산하는 가운데 금융 양극화 문제까지 커질 경우 국회도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인터넷 전문은행을 가계부채 문제 해결의 지렛대로 활용 필요가 있다는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서둘러 온 증자 필요성

케이뱅크는 출범 당시 향후 2~3년 안에 2천500억 원 규모의 추가 증자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현재는 그 시기를 연내로 앞당긴 상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시점의 여ㆍ수신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연내 추가 증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케이뱅크 역시 이를 인지하고 있는 만큼 건전성에 문제가 없도록 필요한 준비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케이뱅크는 올해 안에 은산분리 완화 법안이 통과돼 증자를 하는 방법과 함께 개별 주주들을 상대로 한 증자를 하는 것 등 두가지 시나리오를 갖고 자본금을 늘리는 방안을 모두 고려할 방침이다.

현재 케이뱅크 주주(21곳) 중 증자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곳은 보통주와 우선주를 포함해 14.6%를 보유한 KT(보통주 8%)를 비롯해 우리은행(13%ㆍ우선주 제외 시 10%), NH투자증권(10%ㆍ우선주 제외 시 8.6%), 그리고 GS리테일, 한화생명, KG이니시스, 다날 정도다.

나머지 11곳의 주주들이 보유한 지분은 1~4% 안팎이다.

케이뱅크가 별도의 증자를 진행하기 위해선 이들 주주에 대한 개별 설득을 진행해야 한다.

이중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 비대면 채널을 강화하고 있는 금융회사 주주들이 케이뱅크의 증자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케이뱅크는 주주 설득을 통한 증자를 진행하더라도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국회에서 연내 법 통과가 진행되는 시나리오가 가장 좋겠지만, 현재로썬 다른 방안도 준비해야 할 때"라며 "주주들과 연내 증자 진행 규모나 시기 등에 대해 충분히 논의해 하반기 주택담보대출 등 대고객 서비스에 무리 없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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