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미국 국채 가격은 지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발표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발한 정치 불확실성으로 이틀간의 하락을 접고 반등했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16일 오후 3시(미 동부시간) 무렵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4bp 내린 2.224%에서 거래됐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2bp 하락한 1.334%에서 움직였다.

3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3.4bp 낮은 2.806%에서 거래됐다.

채권 가격은 수익률과 반비례한다.

국채가는 개장 초 나쁜 경제지표에도 북미 긴장완화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로 내렸다가 반등했다.

전일 국채가는 지정학적 우려 완화 속에 미 경제지표 호조에 따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12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확대로 내렸다.

금리 전략가들은 북한과 미국의 긴장이 완화되면서 세계 증시가 지난주 손실에서 반등했다며 또 유럽의 탄탄한 경제지표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략가들은 다만 국채가 낙폭은 유럽중앙은행(ECB)의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다음 주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아무런 중요한 발표를 하지 않고, 가을까지 연기할 것이라는 한 외신의 보도 여파로 제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드라기 총재가 잭슨홀에서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에 관한 신호를 보낼 것이라는 시장 기대와 반대되는 주장이다.

린제이그룹의 피터 부크바는 "그래서 나는 (잭슨홀 심포지엄이 열리는) 8월 25일 결국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말이 맞을 것으로 본다"며 "10월이 임금 인상을 포함한 경제지표 발표 일정 때문에 실제로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BMO 캐피털 마켓츠는 9월 7일이 다음 드라기 총재가 무언가 말할 수 있는 날이라며 핵심은 살 채권이 없다고 말하거나 경제 전망을 낙관적으로 내놓을지 여부라고 지적했다.

브라운브라더스해리먼은 "드라기 총재는 잭슨홀 미팅이 아닌 ECB 회의에서 통화정책 변경에 대해 발표를 하기를 원할 것"이라며 "ECB의 리더들은 오해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홈 경기장이나 마찬가지인 ECB 회의에서 정책 발표 하는 것을 선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공개석상에 등장한 연준 위원들은 엇갈린 발언을 내놨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의 존 윌리엄스 총재는 단기 금리가 현재 정상 수준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된다며 앞으로 몇 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오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윌리엄스 총재는 CNN에 출연해 "내 견해는 우리가 단기 금리를 인상하는 측면에서 아마도 절반쯤 와있다는 것이다"라며 "정상적인 단기 금리 수준은 약 2.5%로, 현 금리는 여전히 그 절반 조금 아래 있다"고 말했다.

미 애틀랜타 연은의 라파엘 보스틱 총재는 물가가 낮은 것을 우려했다.

보스틱 총재는 미 경제방송 CNBC에 출연해 물가가 걱정된다며 연준은 왜 물가가 이렇게 낮은지 설명할 단일 모델이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미국의 주택착공실적이 예상 밖으로 감소하는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미 상무부는 7월 주택착공실적이 전월 대비 4.8% 줄어든 115만5천 채(계절조정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는 0.4% 증가한 122만 채였다.

주택착공 실적은 석 달째 감소세를 멈추고 6월에 큰 폭으로 늘어난 바 있다.

단독주택 착공이 0.5% 줄었고, 다세대주택 착공은 15.3% 급락했다.

올해부터 7월까지 착공실적은 전년보다 2.4% 증가했다.

6월 주택착공실적은 기존 8.3% 증가에서 7.4% 증가로 하향 수정됐다.

7월 주택착공 허가 건수도 4.1% 감소한 122만3천 채를 보였다.

WSJ의 월가 애널리스트들 집계 결과는 전월대비 변함없는(0.0%) 120만 채였다. 다세대주택 허가 건수는 11.2% 줄었지만, 단독주택은 변함없었다.

6월 주택착공 허가 건수는 기존 125만4천 채가 127만5천 채로 상행 조정됐다.

올해부터 7월까지 주택착공 허가 건수는 전년보다 6.5% 늘었다.

주택착공은 2016년 10월 침체기 이후 최고점을 찍은 후 내려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진한 주택 건설은 올해 봄 경제 성장률을 끌어내린 요인이라며 상무부의 다른 통계를 보면 지난달 주택 건설과 개선에 대한 지출이 2분기에 연율 6.8%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2010년 이후 가장 가파른 낙폭이다.

결국, 주택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트룰리아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랄프 맥로글린은 7월 주택착공은 실망스럽다며 젊은 가계들의 주택 보유 증가 때문에 우리는 수요에 맞추기 위해 주택 건설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애머스트 피어폰트 증권의 스테판 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허가 및 환경 조건과 관련된 고정비용의 급격한 상승은 건설업자들이 이번 확장기에 고급 주택을 더 선호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스탠리는 현재 미국에서 30만 달러보다 50만 달러짜리 주택에 들어가는 고정비용을 되돌려받기가 더 쉽다고 덧붙였다.

스탠리는 "이날 발표된 지표는 공급 부족으로 고전하는 생애 첫 주택구매 시장과 많은 지역에서 고평가된 고급 주택 사이의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건축업자들은 균형을 맞추기 위해 생애 첫 주택구매용 시장을 위한 자금 조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가야 할 곳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국채가는 오후 들어 트럼프 불확실성에다 FOMC가 물가 부진을 우려하고,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해서 엇갈린 발언을 내놓은 여파로 추가 상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제조업자문위원단(AMC)과 전략정책포럼(SPF)의 기업경영인들에게 압력을 가하느니, 둘 다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유혈사태를 촉발한 백인우월주의자들을 사실상 두둔한 발언 탓에 자문단에 속한 CEO들의 탈퇴 선언이 잇따르는 상황이었다.

앞서 다국적 제약회사 머크의 케네스 프레이저 회장을 시작으로 반도체 제조업체 인텔의 브라이언 크러재니치 CEO, 스포츠 브랜드 언더아머의 케빈 플랭크 CEO 등 총 7명이 '탈퇴 대열'에 동참했다.

연준이 이날 공개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위원들은 최근 몇 달 동안 물가 상승률이 약한 모습을 보인 배경을 분석하는 데 주목하며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해서는 의견 일치를 보이지 못했다.

위원들은 다만,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4조5천억 달러 규모의 자산 축소를 조만간 시작할 것이라는 데는 동의했다.

일부 위원들은 물가 상승률 부진을 이유로 기준금리 인상을 보류하자는 태도를 보였다.

반면, 또 다른 위원들은 고용시장 개선과 높은 주가 수준을 고려하면 물가 상승률이 연준의 2% 목표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며 물가가 2%를 넘어서면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CME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은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40.4% 반영했다. 전일에는 42%였다.

전략가들은 7월 FOMC 의사록에서는 새로운 게 별로 없었다는 의견을 많이 보였다.

BMO 캐피털 마켓츠는 국채시장은 의사록 발표 전에 트럼프 때문에 보였던 매수세를 지속한 것 외에는 별로 한 게 없다며 의사록에서 유일하게 주목받는 것은 물가에 대한 의견 불일치가 있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수바드라 라자파 헤드는 "좋은 경제지표가 있었지만, 국채 매도세를 지속하게 할 정도로 충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컬럼비아 쓰레드니들의 젠 타누조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연준 위원들은 최소한 물가가 내린다는 것을 토의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며 "그들은 다시 (물가 하락 요인이) 일시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고 예상했다.

liber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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