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돌풍이 지방은행들까지 긴장시키고 있다.

지방은행들도 시중은행들처럼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 개발로 모바일 채널 강화에 나서고 있지만, 지역적 한계와 비용 문제 등으로 경쟁력 확보에 고전하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부산은행은 이달부터 모바일뱅크인 '썸뱅크'에서 24시간 대출 신청이 가능한 아파트 담보대출을 판매하고 있다.

대출 신청 및 전자약정, 전자등기 등 대출 전 과정이 스마트폰에서 이루어져 은행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 대출금리도 우대금리 0.2%포인트 등을 포함해 최저 연 2.99%까지 가능하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이 아직 주택담보대출은 판매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틈새 공략에 나선 것이다.

부산은행은 또 카카오뱅크가 출범한 지난달부터 특판 정기예금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모두 온라인 전용 상품으로 최대 1.9%까지 가능하다.

대구은행도 이달 인터넷·스마트뱅킹 전용상품 중 모바일뱅크 '아이엠뱅크'를 통해서만 가입할 수 있는 예·적금을 출시했고, 전북은행도 모바일 전용 입출금 예금상품인 'JB 스마트-앱' 통장으로 비대면 채널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방은행들의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는 7월 말 기준 연 1.40~1.80%로, 카카오뱅크(2.0%), 케이뱅크(1.9%) 보다는 낮지만, 일반 시중은행(1.10~1.40%)보다는 높다.

비대면 금융 상품의 금리를 시중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적용해 수도권 영업망의 한계를 넘어 신규 고객을 효과적으로 유치하겠다는 전략이다.

오히려 인터넷은행이 접근하기 힘든 오프라인 영업을 확대해 차별화로 승부하는 지방은행도 있다.

DGB대구은행 시사지점은 이달부터 토요일 오후 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지점 문을 열고 있다. 아파트와 상가 주변에 탄력점포를 집중 운영, 오프라인 지점을 선호하는 고객 편의를 최대한 확대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지방은행들이 인터넷은행 등 비대면 거래에 대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정 지역을 위한 은행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시중은행 대비 규모가 작다 보니 비용 측면에서 모바일 등 비대면 거래 인프라를 구축하기조차 힘들다.

지방은행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부산은행은 썸뱅크 출범 1년 5개월 동안 38만 명을 유치했다. 대구·전북·광주은행 등의 경우 모바일뱅크 가입자가 5만~10만 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뱅크가 출범 13일 만에 가입 고객수 200만 명을 돌파하고,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신한은행의 모바일뱅킹 가입자 수는 1천만 명이 넘는 것과 비교하면 규모 면에서 경쟁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비대면거래가 대세이긴 하지만 아직 지방에서는 40대 이상이 핵심 고객군이기 때문에 오프라인 영업도 중요하다"며 "모바일서비스의 비중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전략을 급전환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고객 유입이 얼마나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IT 인프라 구축 등에 무턱대고 투자를 늘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시중은행들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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