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북한과 미국의 대치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달러-원 환율이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진단이 잇따르고 있다.

1,150원 선을 향해 한 방향으로 상승할 것처럼 보였던 달러화가 1,130원대로 잠시 내려섰고, 코스피도 이틀 연속 회복하면서 금융시장이 북한 리스크 충격에서 다소 진정된 모양새다.

17일 해외브로커들에 달러-원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원 1개월물은 지난밤 1,135.60원에 최종 호가가 나왔다.

스와프포인트 등을 고려하면 전 거래일 현물환 종가 대비 5원 이상 내린 수준이다.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금리 인상 시기를 두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 간 의견 충돌이 확인된 데다, 트럼트발(發) 정치 불확실성도 불거져 달러화가 하락했다.

표면상으로는 최근 달러-원 환율의 강력한 상승재료였던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가 별 다른 재료가 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북한은 과거 유럽의 약소 핵 보유국이 구소련을 상대로 사용했던 핵전략을 답습하고 있다"며 "달러-원 환율, 한국 신용부도스와프(CDS) 등은 전쟁 가능성을 그다지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달러-원 환율이 지정학적 리스크 탓에 추가 상승했다면, 이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가 이어졌다. 문 연구원은 "전쟁으로 놀라서 반응한 자산이 있다면, 반대 포지션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만나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다소 진정되는 모습"이라면서도 "북핵 리스크 전개 양상에 따라 시장 불안이 재연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의 CDS 프리미엄은 전일 63.95로, 지난 14일 최고치 69.61일 이후 이틀 연속 내렸다.

과거 사례와 같이 북한 리스크가 물리적 충돌 상황까지 이어지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최근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도 기조에 있는 것은 차익 시현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달러-원 환율이 오른다고 해서 무작정 북한 리스크로 단정 지을 수도 없는 것도 사실이다.

북핵 문제가 아니더라도 반등국면에 있었다는 논리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국제투자대조표를 보면 올해 외국인은 1분기까지 주식을 200억 달러 샀는데, 자산은 1천억 달러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진단이 아직은 더 많다.

KB증권은 이번 대치국면이 과거와 달리 미국과 북한 강등으로 축이 변했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잇따른 발사로 북ㆍ미 대치국면이 일회성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무력 충돌이 발생하면 경험적으로 최대 12주 이상, 6% 환율이 뛸 수 있다며 달러-원 환율은 하반기 1,187원대까지 이를 수 있다고 KB증권은 내다봤다.

전승지 연구원은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 등이 있어서 8월 말~9월초까지는 긴장감이 있겠지만, 시장은 이에 적응해 나가면서 신경을 안 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북한 리스크는 언제라도 불거질 수 있고, 또 외국인의 증시 이탈 및 글로벌 통화정책의 정상화 등의 이슈가 있어서 달러-원 환율이 쉽게 내려서지 못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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