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서울채권시장이 악재에는 민감하고 호재에는 제대로 반응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금리 고점을 두고 시장참가자들의 고민도 커졌다.

17일 연합인포맥스 최종호가 수익률 종합(화면번호 4511) 등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은 전 거래일 1.9bp 오른 1.821%에 마쳤다. 3년물은 지난 9일 1.833%까지 오르기도 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015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 이후 금리가 크게 올랐던 지난해 11월 당시 고점이 1.811%였던 것을 고려하면 현재 금리가 더 높다.

장기물 사정은 그나마 낫다.

국고채 10년물은 지난 9일 연고점인 2.338%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20년물과 30년물 금리는 문재인 대통령 당선 직후 경기 개선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크게 올랐던 수준에 미치지는 못했다.

단기물 금리가 2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은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우려 때문이다.

한은은 이미 지난 6월 이주열 총재의 입을 통해 금리 완화 정도를 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도 채권시장은 금리 인상의 시점이 '연내'는 아닐 것으로 생각해왔다.

그러다 청와대 관계자가 "지금 금리 수준은 너무 낮다"고 발언하자, 이 발언이 단기물 금리 상승의 트리거로 작용했다. 정부와 한은이 잇따라 진화에 나섰지만, 단기물 금리는 여전히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북한을 둘러싼 리스크가 추가로 확대되지 않고 있지만, 채권금리는 이렇다 할 강세 되돌림을 보이지 못하는 형국이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최근 채권금리가 금리 하락 요인보다는 약세 요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북한 리스크에 따른 외국인의 가격 결정력이 강화된 데다, 한은의 금리 인상 이슈까지 반영하면서 채권 투자심리가 약해졌다고 평가했다.

한 증권사 채권 딜러는 "오늘은 외국인이 3년 국채선물 순매수로 돌아서면서 금리가 강세 되돌림을 보인다"며 "단기물은 이미 기준금리를 한 차례 반영한 셈이지만 이를 둘러싼 환경이 여전히 우호적이지는 않기 때문에 고점을 봤다고 인식하기는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채권 딜러는 "1.5년에서 2년 구간은 금리 인상을 어느 정도 반영한 것 같지만 9개월이나 1년 구간은 금리 인상을 좀 더 반영하면서 금리가 추가로 상승할 수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syj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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