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구본열 기자 = 북한발 지정학적 우려에도 이슈 발생 첫날을 제외하고는 원화 절하폭이 다른 통화 대비 두드러지지 않았다.

17일 연합인포맥스 통화별 등락률 비교(화면번호 2116)에 따르면 원화는 지난 9일 이후 일주일 동안 달러화에 0.55% 절하됐다. 원화 절하폭은 0.42%를 기록한 대만달러를 비롯해 대부분 아시아 통화보다 조금 컸을 뿐이며 파운드화나 엔화 등보다는 오히려 작았다.

지난 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 발언을 한 날 투자심리가 급속도로 위축되면서 달러-원 환율이 10.10원 급등했지만 이후의 움직임은 글로벌 달러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던 셈이다.

이날도 미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비둘기파적으로 해석된 영향으로 달러-원 환율은 7.00원 가까이 재차 하락하고 있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북한 리스크에도 달러-원 환율 변동 폭이 확대되지 않은 것은 학습효과, 레벨 부담, 당국 경계 등에 따른 것이라고 풀이했다.

북한 리스크에 대한 학습효과는 이번에도 반복되는 양상이다.

A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지금까지 북한 관련 이슈가 발생했을 때 10일 이내에 주식, 채권, 외환 시장이 기존 가격으로 돌아왔던 경험이 있다"며 "시장 참가자들이 이를 인식하다 보니 이번에도 달러화 강세가 길게 가지 못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달러화 급등에 따른 레벨 부담으로 상승 추세가 이어지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 참가자들은 달러화가 1,145.00원~1,150.00원선에서 여러 차례 막히자 고점 인식이 형성됐다며, 이 레벨에 다가갈수록 수출업체 네고를 비롯한 매도 물량이 나와 추가 상승이 제한됐다고 봤다.

B시중은행 외환딜러는 "달러화가 최근 계속 상단이 막히는 레인지 장세를 보였기 때문에 레벨 부담으로 오름세가 제한됐다"며 "달러-원 환율이 박스권에 갇히는 동안 아시아 통화 쪽에서는 그동안 반영되지 않았던 글로벌 달러 강세 재료가 지정학적 리스크와 맞물려 반영되면서 원화와 이들 통화의 절하폭이 비슷해졌다"고 전했다.

민경원 NH선물 연구원은 "1,140원선만 돼도 수출업체한테는 환전하기 유리한 가격"이라며 "북한 리스크로 달러화가 급등할 때 매도하는 경우가 많아 달러화 상승세가 지속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외환당국 개입에 대한 경계도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달러화가 급하게 상승한 만큼 당국의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이 나올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전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북한 리스크에 따른 시장 변동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단호한 시장 안정 조처를 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A은행 딜러는 "변동성이 급격히 커지지 않도록 당국이 적절히 관리하고 있어 시장참가자들은 어떤 한 가지 이슈만을 가지고 한 방향으로 크게 쏠리지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byk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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